러시아 냉장고업계, 이분화 현상

외국산 냉장고들이 러시아 시장에 몰려들면서 냉장고를 생산하는 러시아 생산업체들이 외국산과 경쟁이 가능한 업체와 제품의 질이 떨어져 경쟁이 불가 능한 업체로 나눠지는 이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아직 우수한 제품 을 만들 수 있는 러시아의 일부 냉장고 회사들은 이탈리아나 스위스와의 합작으로 독일 등에서 들여오는 수입 냉장고를 능가하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서 호평을 받고있어 한국의 가전업체들도 잠재력을 가진 러시아의 냉장고 제조업체들과 제휴할 경우 러시아 진출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산냉장고하면 제품의 수준이 거의 같던 시대는 지났다. 또 이전에는 지일 이라는 대규모의 냉장고 생산 콤비나트가 "오카 6엠"이라는 유명한 제품을 생산해왔고 그밖에 "비류사" "유류자니" 등의 업체가 있었으나 지금은이들 공장은 쇠락하고 대신 새로운 이름을 가진 냉장고 생산 업체들이 부상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때 독립국가연합(CIS)에서 냉장고를 생산하는 큰 공장은 현재 11개소이며 이 가운데 "지일"을 비롯한 7개의 냉장고 생산시설 은 품질이 낮은 제품을 생산하는 하급공장으로 분류된다. 고급제품공장은 발 틱에 있는 "스나이게"등 4개 시설이다.

러시아의무롬시에 있는 "오카"공장은 부품 조달이 제대로 되지않고 정부기 관의 주문량이 급격하게 떨어져 이전의 화려했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생산시설 자체도 상당히 낡아있고 보수를 받기란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공장 관계자들은 밝혔다.

우크라이나의도네츠크시에 있는 "노르드" 공장에서 나오는 냉장고도 최근몇년 사이에 제품의 질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과거에는 중요 부품이 모자라 면 동독이나 폴란드에서 수입해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같은 길이 막혀 우크라이나 부품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특히 컴프레서의 용량 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소식이다.

첼랴빈스크지방에 있는 "유류자니" 공장은 중간 정도 품질의 냉장고를 만들던 곳인데 부품 조달이 그런대로 순조로워서 생산라인은 이전처럼 가동되고 있다. 다만 가격에 비해 품질 수준이 낮아서 점차 고객을 잃고있는 실정이다 . 모스크바의 "지일"콤비나트와 "사라토프"공장은 불량품의 증가와 품질저하 로 이중고를 겪고있고, 저가의 냉장고 생산공장으로 이름이 나 있던 투산베 시의 "파미르"공장과 플라토우스트시의 "팔류스"공장 또한 자재 부족으로 이전의 명성을 잃은 상태다.

한편독립국가연합의 냉장고 시장에 관심있는 외국 업체들이 합작 파트너로 관심을 가질만한 현지의 냉장고 생산시설은 대략 4군데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발틱지역의 라트비아 공화국에 있는 "스나이게"다.

이곳은상대적으로 부품이 풍부하고 약 97%의 수리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용량이 2백70l로 비교적 작아서 큰 용량의 냉장고 를 원하는 수요자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크라스노야르스크에있는 "비류사"공장은 이전의 냉장고 콤비나트 가운데 유일하게 시대 적응을 잘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장의 위치가 시베리아이기 때문에 부품 조달이 쉽지 않고 제품이나 부품의 운반비가 많이 들지만 고장 수리율이 95%에서 97%에 이르러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벨로루시공화국의 민스크에 있는 "민스크"공장은 3백에서 3백30l급의 냉장 고 생산시설로서는 독립국가연합 전체에서 최상급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비스수준도 만족할 만하다는 평이다.

그러나요즘들어 러시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러시아산 냉장고는 러시아의 노보리페츠크에 있는 "스티폴"공장이다. 3백15l에서 3백50l 용량의 냉장고를 만들어내는 이 곳은 품질과 서비스외 수준, 가격면에서 서구 제품에 거의 근접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탈리아 기술자들이 조립단계를 철저 하게 감독하는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스티폴 시리즈는 냉장고 내부에 서리가 생기지 않으면서 3백달러 선으로 가격이 싸서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있다.

이공장은 얼마전부터 제품의 표시를 이탈리아산에서 몰다비아산으로 바꾸고 스위스산 모터 통풍기를 채택해서 냉장고의 소음을 더 줄이는 방안을 모색중 에 있다.

스티폴은또한 수입제품을 포함하여 러시아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냉장고가 1년의 보증기간을 채택하고 있는데 비해 서비스 센터의 설비를 확충하여 2년 에서 3년의 품질 보증기간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스 티폴의 판매전략이나 기술전략은 러시아와 독립국가 연합의 새시장에 관심있는 한국기업에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최미경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