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D램등 메모리를 중심으로한 세계적인 반도체경기의 호조에 힘입어 수년째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D램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공급액 기준으로 세계1위에 올라있고 금성과 현대 전자도 10위안에 들어있는등 국내업체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러나 D램을 비롯한 반도체 소자분야의 이같은 화려한 성장과 대조적으로 이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재료등 주변산업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연간 80억달러 이상의 반도체 제품을 수출하면서 이를 생산하기 위한 장비를 외국에서 연간 12억달러 이상 수입해오고 관련 재료도 6억달러 이상을 수입 하고 있다. 수입의존도로 따지면 장비는 거의 90%에 육박하고 재료도 60% 나 된다.
반도체장비의 수입의존도가 이처럼 높고 더구나 핵심이 되는 장비는 전량을 외국업체로 부터 사들여 온다는 사실은 단순히 수입의존도가 높다는 측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반도체장비는 이제 단순히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를 넘어서반도체 기술을 이끌어가는 필요 불가결한 요소가 돼 적기에 적절한 장비의 확보여부가 반도체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
몇년전 일본업체들이 최신의 반도체장비를 미국업체에 공급하지 않는다는 미국업체들의 불평이 미.일간 반도체분쟁을 한층 격화시키는 원인이 됐던 것을생각해보면 반도체산업에서 장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절감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최근들어 그동안 불모에 가까웠던 반도체장비산업의 기반이 빠르게 조성돼가고 있어 고무적이다.
세계적인 반도체장비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업체와 합작 또는 단독으로 투자해 경쟁적으로 생산및 유지보수용 공장 을 건설하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외국의 장비 구성품 또는 부품업체들도 뒤를 이어 국내에서의 현지생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장비와 구성품및 부품에 이르는 수직통합된 생산기반이 빠르게 갖춰져가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경우도 기존 장비업체들이 그동안 습득한 노하우를 활용해 국내생산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소자업체는 앞장 서서 외국 주요장비업체와 합작공장을 세우는등 장비산업의 기반을 닦는 데힘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정부의 관세정책은 이같은 반도체 주변산업 기반을 다지려는 산업계의 노력과 소자업체들의 유인에 고무된 외국업체들의 국내 현지공장 건설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것 같다.
외국업체나 국내 장비조립업체의 생산의욕을 높이려면부품을 국내에 들여와 조립생산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완제품을 직접 들여오는 것보다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관세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반도체장비 완제품을 구입할 경우 8%의 수입관세가 부과되는데 첨단산업에 대한 관세감면율 35%가 적용돼 실질관세율은 5.2%로 낮아진다. 그러나 반도체장비의 구성품 및 부품은 관세감면 대상에서 제외돼 8%의 관세를 물고 있다.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하려는 업체가 완제품을 들여오는 업체에 비해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장비수요업체들의 적극적인 요구와 공단까지 조성해주는 정부의 유인에 힘입어 국내에 장비조립생산 공장을 건설했거나 하고 있는 업체들이 이같은이유등으로 국내 생산시기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일부 외국 장비부품 공급업체들은 이같은 관세문제를 감안, 국내현지법인의 경쟁력을 갖추기위해 선적가격을 하향조정하는 일까지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심지어 외국업체들이 서비스차원에서 판매후 1년 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유지보수용 부품에까지 정부에서는 8%의 관세를 물리 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반도체장비분야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는 장비에 대한 관세가 3.7%에 불과하고 일본은 아예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물론 세수문제와 산업 형평의 문제를 비롯한 복잡한 일들로 관세인하가 쉽지는 않겠지만 장비에 대해 관세를 감면해주는 마당에 큰 장비부품에 대한 관세를 조정하는 일은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정부의 한편에서는 외국업체들을 유치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에서 생산할 의욕을 반감시키는 상치되는 정책을 펴고 있음은 잘못된일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