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정용게임소프트웨어시장 정체

일본의 가정용 TV게임 소프트웨어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다.

제2의 성수기인 여름휴가철에 게임소프트웨어의 판매가 기대밖의 부진을 보인데 이어 최대성수기를 한달여 앞둔 최근에도 이 시장을 찾는 구매자들의 발길은 여전히 예년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

이처럼 게임소프트웨어시장이 활기를 띠지 못하는 것은 연말로 예상되는 차세대게임기의 발매러시를 의식한 일반의 구매자제가 최대원인으로 분석되지 만 인기시리즈와 리바이벌물에 안이하게 의존하려는 기획력의 부족, 소프트 웨어의 고가화등 구조적인 문제들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닌텐도는 연말에 전략적인 16비트게임기용 소프트웨어를 출하, 시장활성화를 꾀할 계획이다. 특히 이의 성패여부는 16비트게임기용과 32비 트게임기용 소프트웨어간의 향후 세력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게임기.소프트웨어의 매출은 일제히 반감했다." 올 여름을 되돌아 보며 완구업체의 영업담당자들은 한결같이 판매부진을 호소했다.

일본 TV게임상가에서 여름휴가철은 연말연시 다음가는 성수기다. 예년같으면소매점들이 닌텐도의 "슈퍼패미컴"과 그 소프트웨어판매에 정신이 팔릴 시기 이지만 올해 양상은 완전히 달랐다.

상황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올 연말에 선을 보이는 32비트 게임기가16비트게임기의 구매의욕을 둔화시켰기 때문이다.

세가 엔터프라이지즈의 32비트 게임기 "새턴"이나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SCE 사의 "플레이 스테이션"은 사업용 게임기에서 인기를 모은 격투게임 버처 파이터"나 "릿지레이서"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소비자들도 슈퍼패미컴용으로 재미여부가 확실치 않은 신작 소프트웨어를 사는 것보다 확실히 즐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다리는 쪽으로 기울어지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소프트웨어시장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같은 구매자제때 문만은 아니다. 버팀목인 인기 시리즈물이나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물이 교체 기에 접어들고 있는데다 이를 대신할 만한 대히트작도 사실상 없다.

규모가 작지만 굳이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축구게임과 다이토의 인베이더 나 남코의 "헬로 팩맨" 등의 리바이벌물정도다. 경마나 낚시, 화투 등 성인용 게임이 비록 늘고는 있지만 모방작들의 연속이고 눈에 띌만한 아이디어는 찾기 힘들다.

히트작이 없게 된 데는 소프트웨어업체들 스스로 유망 소프트웨어의 출하를 억제하면서 시황을 관망하는 기회주의적인 자세에도 그 이유가 있다. 즉 32 비트경쟁에서 세가가 이길 것인지 또는 SCE가 부상할 것인가 아니면 닌텐도 가 재기할 것인지 등을 놓고 각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배회하는 것이다.

게임소프트웨어의 고가화도 시장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4천9백80엔의 저가 소프트웨어를 12월에 발매하는 헤크트사는 "고가 소프트웨어의 급증이 시장 침체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9월말까지 1년간 등장했던 1만엔이상 의 고가 소프트웨어는 24개로 이전에 비해 배증했다.

고가화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보다 재미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려고 신 기술을 사용한다든지, 정보량을 늘리기 위해 롬카트리지의 용량을 높이든지하면 당연히 단가가 상승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금력의 열세로 경영기반이 취약한 중견업체가 많은 소프트웨어업계인 만큼 경비증가분이 가격에 전가되 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가격상승은 구매저하로 이어진다. 닌텐도의 야마우치사장은 "내 용이 재미있으면 가격이 다소 높아져도 별 상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형 소프트웨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2, 3년간 어린이들이 구매하는 소프트웨어수가 연간 3개에서 2개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닌텐도는 16비트게임기용 소프트웨어를 내달부터 출시, 32비트시대로 이행되는 가정용 게임기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우선 11월26일 16 비트게임기용 "슈퍼돈키콩"을 발매, 32비트게임기용 소프트웨어와의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이것은 16비트게임기에서도 32비트게임기에 손색없는 화상을 즐길 수 있는 16비트전용의 전략소프트웨어다.

또 닌텐도는 스퀘어사가 슈퍼패미컴용으로 개발중인 화제작 "클로노트리거" 를 연말에 맞춰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닌텐도와 32비트게임기를 주무기로 한 신세력간의 우열이 16비트게임기용과차세대용 소프트웨어의 한판승부로 판가름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현재 소 프프웨어시장의 침체는 게임시장의 32비트시대로의 이행을 구조적인 요인으로 깔고 있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