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프트웨어 "가격파괴"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장의 가격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 요즘의 국내소프트 웨어시장을 지켜보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소프트웨어를 제값주고 사는 사람은 팔불출에 속한다는 말도 이미 고전이 돼버렸다.

불과 1년전에 20만원이상 주어야 살수있었던 윈도즈용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지금은 6만~7만원정도면 구입할수 있다. 또 올봄에 거의 50만원을 호가했던 표계산프로그램도 13만원대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소프트웨어 가격이 이처럼 끝도 없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한동안 극심했던 486마이크로프로세서의 밀수행위와 같이 밀수꾼들에의해이뤄지는뒷거 래가아니다. 그것은 "가격파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소프트웨어업계의 무차별적인 가격 인하경쟁과 소프트웨어공급업체와 유통사간에 발생하는 파행적인 유통구조에 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국내외 유력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지난 2분기부터 업무용 패키지 관련제품뿐 아니라 폭발적인 신장세가 예상되는 윈도즈 관련제품에 이르기까지 적어도3 4종씩을 집중 출시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다 올하반기에 접어들면서는 성능으로 승부하기보다는 저가로 제품을 깔아놓은 후에, 시장점유율로 윈도즈시장의 기득권을 거머쥐겠다는 상혼마저 기승을 부려 정상적인 판매관행이 발붙일 자리를 잃게 된 것은 당연하다.

이 결과 소프트웨어가격을 내리는 방법에서도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까지 도입 되고 있다. 국내외 소프트웨어업체들의 값깎아 내리기수법은 제품을 싸게 묶음판매하는 "슈트"를 비롯하여 판매후에 개선된 제품을 공짜로 제공하는 "무 상업그레이드", PC통신을 이용한 "무상배포방식", 호주머니가얇은학생층을겨 냥한"아카데미버전"등이등장했다. 또 기업이나 특정집단 단위로 제품을 판매하는 "셀렉트 라이선스"와 영문판 을 한글화시키면서 국제가보다 싸게 배포하는 "한글화전략", 일부 기능을 축소한 "라이트버전"등도 가격내리기에 한몫을 거들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가격내리기의 백미로는 "타사제품보상판매(CU:competiti ve upgrade)"를 빼놓을수 없다. 이 판매방식은 소프트웨어의 정상가격체제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국산패키지소프트웨어의 설땅마저 잃게하고 있다는 비난 을 받고있다. 타사제품 보상판매는 쉽게 말하면 경쟁사제품을 사용중인 실사 용자가 해당제품의 1번 디스크를 가지고 올 경우 자사제품을 정가의 20~30% 만 받고 즉석 교환해 주는방식이다.

그러나 이 CU방식은 실사용자가 아닌 소프트웨어유통사들이 이 CU제품과 헐값으로 대량 사들인 국산소프트웨어를 맞교환할 경우 시장질서가 크게 혼탁 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즉 국산워드프로세서를 유통사들이 실사용자들에 게 돌아가기도 전에 CU제품의 교환용으로 헐값에 대거 매입하면 애써 개발한 국산소프트웨어가 설자리를 잃게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국내 소프트웨어업계의 무차별적인 가격경쟁은 전쟁을 방불케하는격전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로인해 올해 소프트웨어제품가격은 대략 지난해보다 70~80%가량 떨어졌다. 일반소비자들은 싼 가격에 각종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 있어, 이같은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의 질서붕괴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럴듯한 상품포장지에 붙어있는 정가와 실제가격사이의 차이에 소비 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이중가격제는 정가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더구나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제품가격을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나친 폭리를 취해온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몇몇 소프트웨어업체가 최근들어 정가제를 실시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흔들리는 소프트웨어 가격질서가 하루아침에 정상으로 돌아오는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공급업체와 유통사들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가격파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일반소비자가 아니라 바로 그들자신인 점을 알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