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IBM은 날개가 있는가.
한때 세계 컴퓨터 산업계를 지배하던 거대기업 IBM이 최근 몇년새 급속히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다운사이징으로 대변되는 컴퓨터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데다내부 관료주의의 팽배로 조직이 탄력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88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적자와 올 상반기의 PC판매부진은 IBM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IBM은 컴팩 컴퓨터사의 대공세에 밀려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세계 PC시장 1위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미국 시장에선 호환업체인 패커드 벨사에도 밀려 4위로 내려 앉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IBM은 "지는 해" "침몰하는 배"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추락하는 기업의 상징처럼 여겨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IBM이 이대로 주저 앉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추락하는 IBM이 회생의 "날개"를 펼 것이란 전망이 일부에서 서서히 나오고있다. IBM에 날개를 다는 역할을 맡은 인물은 지난해 외부 영입돼 회장직을 맡고있는 루이스 거스너.
그가 달려는 "날개"는 그러나 IBM이 지금까지 해온 컴퓨터 제조, 판매가 아닐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거스너 회장의 승부수로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네트워크 분야.
실제거스너 회장 자신도 "네트워크 중심의 컴퓨터 환경구축"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하는 전략의 기초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네트워크 중심의 컴퓨터 환경구축"이란 정보 고속도로를 활용 한다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와관련, 거스너 회장의 취임이후 IBM내에 구성된 2개의 부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IBM 글로벌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응용 서비스"가 그것.
"IBM글로벌 네트워크"는 기존 IBM의 컴퓨터망을 연결, IBM의 독자적인 정보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을, "네트워크 응용 서비스"는 "IBM 글로벌 네트워크 "에 제공할 소프트웨어 및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새로운 서비스에는 통신망을 통한 상품구매 등이 가능한 전자 거래, 대화형T V 서비스, 사설 네트워크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네트워크 사업의 잠재 시장규모는 1천5백억~2천억원달러.
새로운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데 IBM에 이보다 더 매력적인 시장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IBM은 이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BM은 우선 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일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일반 고객을 겨냥한 서비스는 기업 고객의 기반을 다진 후 본격적인 포문을 열 계획이다.
지난달 새로 조직된 영업 담당 중역 데니 웰시 직속의 "네트워크 그룹"의 활동이 그 한 예다.
이 그룹은 데니 웰시의 특명을 수행중이다. 전자 쇼핑이나 화상회의 등 IBM 이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판매하라는 것이다. IBM은 온라인 서비스 를 인터네트는 물론 자사가 직접 관장하고 있는 프로디지와 IBM 글로벌 네트 워크를 통해 제공한다.
이중 특히 IBM 글로벌 네트워크는 90개국 7백개 도시에 거점을 두고 있는 IBM 컴퓨터 통신망으로, IBM은 이를 "비즈니스맨의 인터네트"로 정착시킬 계획 이다. 여기엔 이미 2만5천개 이상의 기업이 가입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사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줄 새로운 서비스도 속속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년에 선보일 지능형 통신 서비스도 그 중의 하나다. 이 서비스는 이동중인 사람을 위한 것으로 다른 네트워크로 보내진 메시지를자동으로 처리해주는서비스다. 그러나 IBM의 재기 행로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선 통신전문 인력의 확보와 기존 하부구조 의 질적 개선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것도 부담이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이 분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컴퓨터, 통신분야의 쟁쟁한 업체들이 차세대 정보 통신 산업의 주류가 온라인 서비스 분야가 될 것으로 보고 시장 진출을 적극 꾀하고 있어 IBM의 "네트워킹 중심의 컴퓨터 환경구축" 전략은 초기부터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