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편)-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변화와 향후 정부의 역할 전자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이제까지의 정부정책은 기술개발.자금지원및 분위기 조성, 수입선다변화제도등 수입규제와 수출촉진이 주축을 이뤄왔다. 특히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고 기술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한 정책은 그 어느분야보다도 높은 비중을 차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출확대로 인한 일본으로 부터의 자본재 수입은 줄어들 줄 모르고 있으며 기술의존 또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올들어 11월말까지 일본과의 수출입 적자는 1백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핵심부 품등의 수입과 기술종속 현상이 여전히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게다가 주로 일본을 겨냥하고 있는 수입선다변화 정책도 더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WTO(세계무역기구)의 출범으로 수출증대 또는 국산품 사용촉진을 위한 정부 의 보조금 지원은 사라지고 특정성이 없는 보조금이나 연구, 지역개발, 환경 보조금 등만이 남게됐다. WTO협정에서는 또 상계가능한 보조금도 상대국 산업에 피해를 미친 경우에만 허용하는등 무역왜곡의 정도에 따라 보조금을 금지보조금 상계가능보조금, 허용보조금 등으로 분명하게 구분하고 다자간 감시체제도 강화했다.
수입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내년 9월을 기준으로 앞으로 5년에 걸쳐 평균 3분 의 1이상을 인하해야 하는데 일부 품목의 경우는 무관세화하거나 대폭 인하 해야할 형편이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분야이기도한 지적재산권은 그동안 각종국제규범에 의해 보호되던 특허, 의장, 상표, 저작권외에 영업비밀이나 반도 체칩 배치설계등 새로운 분야로까지 확대돼 전자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에도 정부는 반도체칩 권리자의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관련법규를 개정했다.
더욱이 전자산업을 둘러싼 이같은 환경변화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개돼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내놓은 "1994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지난 91년 주요 신흥공업국중에서 3위를 차지한후 해마다 처지기 시작해 7위로 떨어졌다.
특히 국제화와 금융.정부부문에서는 10위권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기업의 경영여건이 그만큼 떨어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쟁력의 기 본요소라할 수 있는 금융과 인력, 물류 등에서 대단히 취약한 실정이다.
시장금리나 기업의 금융비용을 보면 일본과 대만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
이로인해차입금에 대한 기업들의 평균 이자율은 11.2%(93년 기준)로 일본 의 5.7%나 대만의 7.4%(92년 기준)보다 월등히 높다.
인력측면에서는 현재 인문계 출신을 중심으로한 고학력 실업자가 급증하고있는 가운데 제조업체의 부족인력은 10만명을 상회,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는 인력부족률이 대기업의 4배이상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근로자 임금은 최근 8년동안(86~93년) 연평균 16.2%가 상승, 노동생산성 증가율(연평균 12.6%)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임금상승률은 3.0%에 그치고 있으며 경쟁국인 대만도 10.
5%정도상승하는데 그쳤다.
또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시설의 부족으로 기업의 물류비용이 지난해 매출액 중에서 16.1%를 차지, 미국의 7%나 일본의 11.3%(91년)보다 높은 비중을 점하고 있다. 특히 물류시스템이 크게 떨어져 경쟁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인 기술력마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져 심각 성을 더해 주고 있다.
정부가 분석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기술력은 미국의 10분의 1, 일본의 8분 의 1, 독일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자산업의 경우 조립, 가공등 일반적인 기술력은 선진국과 맞먹고 있지만설계와 주요 부품.소재등 핵심기술은 물론 차세대 첨단기술의 기반이 취약, 해외도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가 확산, 외국으로부터 기술을 들여오는 것조차 힘겹게 됐다.
기술도입이 성사된다해도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하는데 지난 88년에 건당 90만달러 수준이었던 평균 기술료 지급액이 지난해말 경에는 1백34만달러로급 증했다. 우리나라 업체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기술은 더욱 미천하기 짝이 없다. 일례 로 국내업체의 미국시장 특허취득을 보면 지난해말 현재 5백43건으로 미국의 2백34분의 1, 일본의 43분의 1 수준이며 대만의 1천1백95건보다도 크게 뒤지고 있다.
결국 전체적으로 첨단기술 분야의 기술력이 떨어지고 정보화가 미흡, 국제경 쟁력 확보는 물론 산업구조 고도화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첨단기술 제품시장의 85%를 OECD 선진국들이 독식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제품은 2%안팎에 불과한 것은 우리나라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정부의 정책도 "기술드라이브"에 치중하면서 이제 WTO체제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통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모아질 전망이다.
이번에 상공자원부를 통상산업부로 개칭한 것도 정부의 이같은 정책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전자산업의 핵심적인 요소기술을 "중기거점 기술개발사업"으로 확대 강화해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동안 개별적인 기술수요 조사에 의해 지원됐던 자금력을 중기거점 사업으로 집중시키겠다는 것을 의미 한다. 디지털 VCR및 캠코더와 HDTV용 반도체칩(ASIC)등 일부 개발과제가 이미 중기 거점 기술개발사업으로 확정됐으며 현재 몇몇 차세대 핵심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을 이 사업으로 포함시키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중기거점 기술개발 사업은 핵심기술분야를 5년이내에 선진기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기존의 개발과제와는 몇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몇몇 기업이나 연구소를 참여시켜 추진돼온 개발과제와는 달리 관련기업과 연구소등을 유기적으로 묶어 컨소시엄을 구성, 최종 개발후에 부수적으로 수입해야하는 부품까지 국산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또 이 사업으로 채택된 연구개발 과제는 공업기반기술개발 지원자금이나 공업발전기금등을 우선적으로 지원, 개별과제가 예산배정등으로 해마다 겪었던자금지원상의 차질을 배제시켰다.
정부가 중기거점 사업등으로 선정, 집중 지원할 분야는 첨단기술제품으로의 구조전환이 가능하고 기업이 단독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차세대 반도체, 대형 컴퓨터, HDTV시대에 대응한 VCR, 카메라, 캠코더등과 정보기기등이다.
또 반도체.액정소자등 성장주도 품목에 대해서는 설비투자까지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항공.우주등 미래의 첨단산업분야에 대해서는 장기 선도기술개발사업 으로 삼아 기술기반을 닦아가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기술개발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지원과 함께 기술하부 구조의 확충도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자하는 부문이다.
기술인력을 비롯해 정보유통, 연구시설, 표준화등 기술발전의 밑거름이되는하부구조를 확충하기 위해 각종 지원과 정책을 집중시킬 방침이다.
실업고등학교에서 전문대나 기술대학으로, 또는 실업고에서 기술대학으로 이어지는 기술교육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산업기술대학의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이번에 공업및 에너지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통해 생산기술 연구원의 개발대학 설립지원 근거를 신설했다.
우수한 공학.기술인의 발굴과 활용을 활성하기 위해 "한국공학원"의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주문형 반도체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가 이례적으로 4년간 20억원씩지원키로 한 것은 첨단분야의 기술인력 육성에 대한 의지를 최근에 밝힌 대표적인 사례다.
용인소프트웨어 단지조성이나 천안 테크노밸리 조성계획등은 전자산업의 기반구축과 정보유통의 확립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라할 수 있다.
상공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산업정보망 구축사업도 정보유통체계의 틀을 만들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에 속한다. 정부는 이 와함께 국제적인 기술교류를 촉진, 더이상 우물속에서 안주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하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국제기술협력 수요조사사업을 토대로 주요 권역별, 유형별 기술협력 전략을 수립 추진하면서 협력관계를 러시아, 중국, 호주, 이스라엘등 으로 다변화시켜나갈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등과는 한.미, 한.일 산업기술협력재단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이들 국가의 기초기술과 첨단기술을 이전받을수 있도록 그 분위기를 다져놓을 계획이다.
특히 신기술개발에 필요한 기반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공동연구사업을 적극 추진, 기술의 국제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편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요소는 최대한 줄여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자율 경쟁체제를 갖추어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직접적인 규제정책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산업기술과 사회간접자본을 육성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경우에 따라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에게는 타격을 주는 요소이나W TO의 출범등 국제질서의 흐름에 비추어볼때 불가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소 기업 고유업종 지정이 의미를 잃게되고 대기업의 특정업종 진출제한도 폐질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입선다변화 제도도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여 가전업체등 대기업들도 이제 일본 제품과의 싸움을 집안에서 벌여야할 판이다.
전자산업은 이처럼 국내외 업체를 가리지 않고 완전경쟁체제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기술개발을 위한 지원과 경쟁기반 조성등 간접적인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을 뿐이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