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세에 밀리고 있다.
지금까지 PC용 소형제품은 미국이, 대형컴퓨터용 대형제품은 일본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왔으나 최근들어 PC용으로 양산되고 있는 가격이 저렴한 3.5인치 HDD를 병렬가동시키는 디스크어레이의 등장으로 대형컴퓨터용의 대구경 HDD 는 갈곳을 잃게 됐다.
더욱이 대형컴퓨터용 디스크어레이는 EMC와 같은 미국 전문업체가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미IBM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일본업체들도 이를 따르지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으로는 1인치대의 소구경 HDD로 PDA(휴대형정보통신단말기)시장을 공략하려는 일본업체들도 있었으나 PDA시장이 기대만큼 활기를 띠지 못해 그 작전은 좌절되고 말았다.
HDD의 경쟁영역이 PC분야로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업체들은 미국업체들 과의 가격경쟁에서 선수를 뺏기고 말았다. 일본PC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 을 보유하고 있는 NEC조차 미국 퀀텀사의 HDD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고 보면 그 정도를 알 수 있다. NEC의 경우 이전에는 모두 자사가 생산한 HDD를 사용했으나 최근 불어닥치고 있는 PC의 가격경쟁에 맞서기위해 약 50%정도 를 미국업체의 HDD를 채용하고 있다.
현재 NEC의 대형컴퓨터용 대형디스크어레이는 NEC의 HDD를 탑재하고 있으나이것 역시 미국업체에서 수입해서 사용하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다. NEC이바라키의 무라노사장은 "일본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컴퓨터용디스크장치에서 이익을 올리고 있는 사이에 미국업체들은 PC용 소형 HDD부문 에 치중, 일본업체들과의 간격을 넓혀놨다. PC시장의 신장은 가히 예상밖이 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업체들이 HDD시장의 다운사이징(소형분산처리화)흐름을 잘못 파악해서 입은 손해는 크다. 시장조사회사인 테크노시스템리서치가 발표한 최신정보에 따르면 세계의 HDD시장에서 미국업체들의 점유율은 88%로 나타났다.
일본 주요PC제조업체의 부품조달담당자는 "HDD를 대량 발주하기위해 HDD업체 들을 선별해보면 일본업체들은 가격면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형 디스크장치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업체는 신뢰성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마켓지향의 미국세에 이기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대미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엔고등 일본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 하는 외적요인도 적지않다. 이때문에 일본업체들은 미국업체들을 추격하기 위해 해외생산이관을 추진하고 있다. 후지쯔는 지난 9월에 태국의 현지법인 인 후지쯔 타일랜드에서 HDD를 40%증산, 월생산규모를 10만대로 늘렸다. 후 지쯔는 올해안에 해외생산비율을 현재의 30%에서 60%로 늘릴 계획이다.
NEC는 필리핀에서의 위탁생산을 확대해 오는 95년에는 1백50만대의 생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해외생산비율도 75%로 늘릴 방침이다.
현재 필리핀에 공장을 건설중인 히타치제작소도 오는 95년6월부터는 조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업체들은 이미 80%를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하고 있어 일본업체들 이 생산경비면에서 미국업체를 따라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시케이트 테크놀로지나 웨스턴디지털등은 잇따라 말레이시아에서 새로운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퀀텀제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마쓰시타고토부키전자공업도 싱가포르에 월 50만대규모의 생산력을 보유한 시설을 설치했다. 최근 도시바와 히타치는 1GB를 넘는 2.5인치제품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3.5인치제품에서미국업체들에 완패했던 일본업체들은 오는 95년도에 1천만 대의 출하가 예상되고 있는 2.5인치제품시장에서 만회를 꾀하고 있으나 사실 상 2.5인치와 3.5인치와의 기술적 차이는 없어 관련업계에서는 극적인 변화 를 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