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운영의 과제

"빛 공장" 포항공대 방사광가속기가 지난 7일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방사 광가속기의 완공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기초과학과 거대 응용과학 연구가 선진국 수준에 진입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특히기초과학에 관한한 불모지나 다름없다는 평을 들어온 국내 과학계가7년 에 걸친 과학자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1천5백억원이라는 정부와 포항제철의 투자 등으로 최첨단기술로 상징되는 방사광가속기를 건설했다는 것은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방사광이란 빠른 속도로 달리던 전자가 커브를 돌때 직진방향으로 방출되는 강력한 빛으로 이를 물질과학 연구에 쓸 경우 불과 2~3초내로 분석할 수 있으며 10억분의 1의 미량 원소까지도 측정이 가능, 반도체및 신소재 개발 등에 폭넓게 응용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1기가D램의 개발에 없어서는 안될 기초도구이며 초미세 센서 개발등 첨단과학기술 연구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설비다. 때문에 선진각국은 과학기술의 수준 향상은 물론 "국가의 자존심"을 내걸고 보다 성능이 좋은방사광가속기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번에 완공된 우리의 방사광가속기는 에너지 용량이 20억전자볼트로 현재세계 12개국에서 가동중인 것중 60억전자볼트를 가진 유럽연합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는게 자랑거리다. 뿐만아니라 종래 진공기술의 1천배가 넘는 초고진공기술인 10억분의 1기압을 실현했으며 앞으로 자기부상열차에 이용될 초 정밀전자석과 전원공급장치등을 개발, 국제특허도 얻은 상태라고 한다.

건설 초기는 외국기술에 많이 의존했으나 점차 노하우가 쌓여 가속기의 전원 공급인 모듈레이터를 순수 국내기술로 세계 최대의 용량과 최소 크기로 만들었다는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현재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건설중인 미국, 일본등이 이를 알고 기술협력 제의를 해올 정도라는 소식이어서 자부심까지 갖게한다. 이 가속기는 앞으로 6개월정도 시험운전을 거쳐 내년 중반께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들어갈 연간 운영비 1백20억원의 조달문제를 놓고 정부와 포항제철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등 시험가동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어 걱정이다. 이로인해 가속기 이용자에게 거액의 이용료를 부과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 준공의 기쁨과 동시에 자칫 거대시설이 낮잠을 자게되지않을까 우려된다.

운영비 문제는 가속기가 국가 연구시설이냐, 포항공대부설 연구시설이냐의 문제로 집약된다. 정부는 포항공대부설 연구시설로 규정, 예산을 포항공대와 공동으로 부담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포항공대는 국가적 연구시설로 규정해 운영비를 정부가 모두 부담하지 않으려는 것은 책임회피라고 주장하고 있다한다. 이같은 문제는 따지고 보면 건설계획을 추진할 때 건설비 확보에만 급급 완공후의 관리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지금와서 이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사립대 부설 연구소의 운영비를 국가예산으로 전액 부담할 수 없다는것이나 포항공대가 내세우는 미국.일본.독일등 선진국에서 대학부설이라도 시설의 중요성을 감안, 운영비를 정부가 전액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모두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런만큼 외국의 예를 참조, 정부당국과 포항공대측이 한발씩 양보해 상호 원만한 합의를 보아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들여 완공한 가속기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렇게될 경우 가속기 이용료도 낮아질 것이며 따라서 이용자 저변확대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모처럼 큰 마음먹고 건설한 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산업계 연구계 학계가 적은 비용으로 가속기를 이용, 첨단기술 을 연구할 경우 그동안 불가능했던 연구를 가능케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또 우리나라가 과학선진국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기도 하는 첩경이기도하다. 바로 이것이 방사광가속기가 기간 연구시설분야로 제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며무한 경쟁시대에서 우리가 살아 남을수 있는 독창적인 첨단기술 개발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정부나 포항공대는 인식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