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분야의 다국적기업과 가격파괴에 능란한 외국 유명 유통업체들이 대거 한국상륙을 준비중이라는 대한상의 보고서가 몽매지경에 있는 우리 유통업계 의 현실에 다시한번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UR)타결때 부터 농산물시장 다음으로 서비스시장, 그중에서도 유통시장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지적, 이에대한 대응책 강구 를 귀에 못박히듯 강조해왔다. 그런데 우리 유통업체는 지금까지 제조업체의 지원에만 목매달고 있을 뿐 스스로 영세성을 벗어나고자하는 노력이 없고 가격파괴에 적응하려는 적극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가격파괴라는 신업 태에 대해 저항하려는 움직임조차 보이고 있다.
정부도 유통업에 가해지는 갖가지 규제의 해제에 소극적이다. 외국 유통업체 와 한판 경쟁을 벌여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가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유명 외국 전자관련 업체들이 상륙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예측이 곧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되게 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런만큼1년 앞으로 다가온 유통시장 개방파고에 견디도록 우리 체질을 강화하는 길 밖에 딴 도리가 없다. 따라서 유통시장 개방의 영향과 그 대응방안을 다시한번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국내 전자업계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일본 가전업체들은 "지금이 한국시장 진출의 최적기"라고 판단, 진출을 차분하게 준비하는등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업체의 한국진출은 대만시장 공략처럼 초기엔 국내기업과 의 합작형식을 취하지만 일단 국내시장 상륙이 성공했다고 판단하면 직접 영업활동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인켈과 손잡았던 소니가 최근 독립, 국내 시장공략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미놀타.올림퍼스.니콘.펜탁스등 일본 카메라업체들도 현재 삼성.현대.동원등 과 기술제휴및 부품공급형태로 간접 진출해 있는 상태이지만 곧 국내기업과 관계를 청산하고 단독으로 국내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아남과 제휴관계를 맺은 마쓰시타도 마찬가지다. 베스트전기 조신전기등 일본 양판점들은 아예 초기부터 직접 공략이 예상된다.
그런데 우리 전자유통산업은 어떤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낙후돼 있다. 때문에 자본력에다 유통노하우가 풍부한 외국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면 제조업 체는 자사제품을 중심으로, 유통업체는 유통노하우를 무기로 공략을 강화할 것이다. 게다가 국산제품중 가격이 비싸거나 조달이 어려운 상품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수입해와 판매할게 뻔하다.
특히 우리 소비자들의 외제선호심리는 현재 수입금지된 일본산 가전제품이 국내에 밀수입돼 날개 돋힌듯 팔리고 있는 현상이 나타난지 이미 오래일 정도다. 그런만큼 외국업체들이 상륙할 경우 국내 유통업체는 고객을 이들에게빼앗길 수 밖에 없고 해당제품 제조업체도 시장을 잠식 당해 타격을 받을게분명하다. 외국업체의 상륙을 우려하는 이유는 바로 이같이 국내 유통업계의 경쟁력이 약하고 외제선호 심리가 우리 국민들의 심저에 잠복해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통시장 개방의 대응방안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유통업계의 경쟁력 강화와 외제에 대한 심리적 평상심의 유지가 무엇보다중요하다. 물론 유통시장 개방이 국내 유통산업의 낙후된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선 택폭을 넓혀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효과를 보자면 국내 유통업의 영세성이 극복돼야하고 유통기능이 조직화.체계화돼야 한다. 또 유통산업의 생산성도 높아져야 한다.
한마디로 유통업체는 스스로 점포를 대형화하고 영업방식을 전문화.과학화해야 한다. 서비스수준 향상은 당연하다. 또 최근 급속히 번지고 있는 가격파괴현상에 철저히 적응하도록 유통원가 절감에 노력해야한다. 가전3사등 제조 업체도 기존 상권을 지키자면 지금과 같은 안일한 경영이 통하지 않는다는점을 알아야한다. 그런만큼 선진유통기술을 앞장서 도입, 유통점에 보급하고 대고객 서비스수준 제고등을 통한 자사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신경을 써야한다. 정부도 제조업이나 농수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정책 못지않게 유통업을 대형화할 수 있는 시책을 강구해야한다. 바겐세일 규제.영업시간 제한 등도 우리 유통업의 경쟁력 향상을 가로 막는다는 점을 인식, 규제완화가 시급하다. 이렇게 우리 유통업의 체질을 강화해도 외국업체의 상륙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불허인 점을 유통.제조업체는 항상 잊지 말아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