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화" 실현 대학이 앞장서자

우리나라 대학을 통하여 해마다 사회에 배출되는 사람은 많지만 뽑을 사람이없다는 이른바 "풍요속의 빈곤"현상에 새삼 놀랄 것도 없다. 이는 산업화 사회에서 필요로하는 직업관이 투철하고 장인정신이 강하며 창의력 있는 우수인력을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들이 배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의 최종 목표를 대학입시의 합격에 두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학벌을 중시하는 세태와 대학은 성적좋은학생의 유치에만 전념해왔기 때문이다. 사회는 급변하고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대학입학에 성공한 학생이 자기발전에의 노력이 소홀함과 대학의 빈약한 재정형편이 부실교육의 또 다른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21세기 무한경쟁 시대를 대비해 대학이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 대학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측면에서 개혁을 통한 변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입시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중고등 학교의 암기식,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입시위주의 암기식 교육에서 과감히 탈피하기 위해서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때 시험을 보지 않고도 학생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학생 선발시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대학은 창의력을 가진 우수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인격도야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일방통행식.

강의식 교육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학생위주의 대화식.토론식 교육방식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실험실습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성적평가의 방법개선 및 강의 평가제등을 조기 정착시켜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의 향상에 힘써야 하겠다.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교육과정을 통하여 사람을 사회에 배출할 경우 지식은 많을지 모르지만 교양이 부족하고 인간성 이 메마른 출세지향적 기회주의자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학을 특성화.전문화시켜야 한다. 개방화.국제화시대를 맞이하면서우리끼리 경쟁하던 시대에서 이제 세계의 우수대학들과 경쟁을 해야만 하는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선별하여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넷째, 대학의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만 한다. 국내대학의 재정문제 의 해결에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한 예로 국내대학의 여건상 대학강단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만 한다. 대부분이 박사학위 취득자들인 강사들이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여러학교로 전전하며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들에게 자기분야에 대한 연구나 효과적 인 강의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다. 교원으로서의 적정한 경제적.사회적 보장 은 물론 이들의 능력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교육의 질적향상 차원에 서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이다.

다섯째, 교육과 연구에 있어 산.학협동의 긴밀한 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제더이상 대학과 기업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가로놓인 집단이 아니라개방화시대에 한 나라의 장래를 짊어지는 공동운명체의 다른 기능을 가진 유기체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또한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으로 대학의 발전을 위한 투자에 인색한 기업 또한 세계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은 신입사원들의 재교 육에 투입되는 엄청난 비용을 대학을 대신해 부담, 대학교육의 질적개선을 위해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이제 대학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일대개혁을 단행해야 할 때다. 더욱이 조만간 교육의 마당이 개방되면 외국 유명대학의 거센 물결에 밀려 우리 청소년들의 교육을 외국대학에 맡겨야만 할지도 모를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있다. 이제 대학의 문제는 대학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장래가 달려있는 사회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초 선진국 G7수준의 국가를 목표로 사회 여러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학이 육성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목표는 사상루각에불과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창의력있고 국제적 감각을 지닌 경쟁력있는 우수인력을 대학이 배출할 때 이러한 목표의 달성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 몇몇 대학에서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고 정부에서 제시한 여러가지 정책 들이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도되고 있어 한편으로는 위안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노력들은 이에 합당한 실행이 없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으며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말로만 세계화가 아닌 실질적인 대책 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