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산 주기판 조정관세인하 "전화위복" 삼아야

국내 주기판 생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재무부가 대만산 주기판에 대한 조정관세를 내년부터 올해보다 5% 포인트 낮춘 15%를 적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기판업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충격을 넘어서 허탈감에 빠져 있다. 대만 산 주기판에는 현재 15%(CPU 미탑재 주기판)~20%(CPU 탑재)의 조정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그런데도 대만산 제품은 국산보다 30% 가까이 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부가 조정관세율을 5% 더 낮추기로 결정하자 국내 주기 판 생산업계는 생산을 포기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업계가생산의욕을 잃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그간 상공부가 기울여온 주기판 산업 육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버릴 위기국면을 맞게된다.

지난 92년 국내주기판산업이 대만산 제품에 눌려 고사위기에 직면하자 정부 는 국산제품의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 대만산 제품에 대해 15~20%의 긴급 조정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그후 대만산 주기판의 수입이 격감되는 효과를 거뒀었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고무되어 주기판업계는 설비자동 화, 공동연구개발, 관련부품 공동구매, 수출시장 개척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 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설비자동화가 달성되고 연구개발 투자효과가 나타나면 곧 가격경쟁력을 회복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던 업계는 이번 재무부의 관세인하 조치로 큰 충격과 함께 심한 배신감에 사로 잡혀 있다. 차라리 2년전 정부가 조정관세를 부과 하는 등 부산을 떨지 않았다면 설비도입등 더 이상의 투자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의하고 있다.

재무부가 WTO의 출범으로 조정관세를 계속 부과하기 어렵다는 입장과 또 한꺼번에 충격을 주지않기 위해 이번에 조정관세를 5%만 낮춘 것이 부득이한조치였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로는 수입제한에 대한 유예기간이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앞당겨 서두를 필요가 있었는지는의문이다. 정부가 주기판산업의 위기를 인식하고 조정관세를 부과한 기간은 불과 2년밖 에 안된다. 이 기간에 주기판산업이 완전한 경쟁력을 갖기에는 시간이 너무짧았던 것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최단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동안 일관된 정책을 펼수는 없었는지 아쉬운 부분이다.

또 상공부산하 무역위원회가 지난 11월 대만산 주기판에 대한 조정관세 부과 기간 연장및 조정관세율 조정회의를 개최해 오는 96년까지 조정관세부과기간 을 연장하고 세율도 현행 15~20%로 차등적용하던 것을 20%로 일률부과키로 결정한 바 있다. 당연히 주기판업계는 무역위원회의 결정을 재무부가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조정관세를 오히려 5%포인트 종전보다낮추기로 결정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심어줬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조치로 국내주기판산업의 입지가 불투명해졌다는 사실이다. 현재보다 5% 관세가 인하되면 주기판 장당 가격은 국산과 대만산제 품간 가격차이가 현재 2만원 내외에서 3만원내외로 벌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가격차이를 주기판의 수요처인 PC업체들이 감수해 달라고 할 형편도 못된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현재 PC업체들도 치열한 가격인하경쟁을 벌이고 있어 보다 싼 주기판을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결국 주 기판산업은 이번 조치로 상당수의 업체들이 전업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등비관적인 사태가 예상된다. 현재 적지않은 업체가 벌써부터 대만산 주기판의 수입상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컴퓨터 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주기판산업이 대만에 종속돼서는 국내컴퓨터산업의 국 제경쟁력 확보가 요원해진다는 사실을 주기판업계나 컴퓨터 업계가 인식해야 한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주기판업계는 경영합리화를 통해 원가절감에 더욱 노력해 주기를 바라며 컴퓨터 업계도 주기판업계와공생관계에 있음을 인식, 국산품 채용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장 차이가 난다고해서 국산제품을 외면하는 경우, 국내 주기판 업계가 도산하게 될 것이며 그이후도 외국제품이 싼 값에 공급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