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미국의 최고부 자 서열 93년도 1위였고 39세라는 젊은 나이로 창업 20년만에 소프트웨어 황제라 불릴 만큼 급성장을 했다 하여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환대했다. 꽉 짜여진 일정속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가는 것을 보니 게이츠 회장은 과연 철두철미한 기업가였다. 그의 성공비결을 물었더니 "전자우편"이라고 선뜻 대답 했다. 하루에 네 시간을 소비하면서 사업.제품개발 등에 관련된 서신을 1백5 0통 받고 50통 정도는 회답을 한다고 했다. 또 매일 여섯시간 정도는 사람들을 만난다고 했다.
약속(promise)을 판다는 평이 있다는 필자의 말에 그는 정색을 하면서 자기는 비전(vision)을 판다고 했다.
그의 비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IAYF(Informations At Your Fingertips: 손가락 끝으로 마음대로 하는 정보)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돌아다니면서도문자.숫자.그림.음성.영상 등의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거나 활용해 편하게 일하고 즐겁게 생활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가장 손쉬운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일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정보통신의 여러 분야 가운데 응용 소프트웨어와 운영 소프트웨어(OS)를 직접 개발, 판매하고 있고 컴퓨터.반도체.통신기기 등의 하드웨어 업체나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업체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고했다. 심지어 8백60개의 통신위성을 2001년까지 띄워서 전세계가 통신할 수 있도록하겠다는 커다란 청사진까지 그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같은 민간기업에서도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이 되기 위한 비전 이 명확하게 선포되어 있고, 이의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물며 국가의 경우에는 이에 못지 않게 체계적으로 일을 추진하지 않으면 결코 세계속의 우량국가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에서는 분명한 비전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떤것을 제시할 것인가. 2000년, 2010년, 2020년에 각각 목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지금은 불행히도 사고대국이 되어 있는데 어느 정도로 개선할 것인가. 범죄발생률은 어느 정도로 줄이고 제품경쟁력은 얼마나 높이고 어학수준이나 세계인으로서 협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얼마나 높일 것인가. 부산.인천.목포 등의 지리적 조건을 활용해 동북아의 교역과 여행의 중심핵이 될 생각은 없는지. 세계화를 아무리 외쳐봤자 세계어인 영어 토플성적이 1백71개국중 1백31위여서는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중국이 57 위라는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워낙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함께 달성할 수 있을 만큼 돈과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국가적인차원에서 무엇을 먼저 하고 어디에 중점적인 투자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 보고 비전을 세워야 한다.
비전이 확정되면 이의 달성을 위한 전략과제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 그 다음에 할 일이다. 그 첫번째가 전략적 정보통신시스템의 개발구축에 대한 결정 이다. 각종 사고를 예방.점검하는 시스템, 방범.경찰시스템, 세정.인허가 관련 시스템, 원격교육학습시스템, 항만.공항.철도.고속도로를 엮은 교역관련 시스템, 의료.보험시스템, 무기.상품개발조달시스템 등 많은 주요 국가기간 시스템의 구축을 위한 결정이 전략적 과제로서 채택되어야 한다. 한 기업의 정보통신시스템 구축에도 5년에서 7년이 걸린다. 졸속은 금물이다. 시스템 설계를 위한 세계적인 선진기술을 동원해 품질이 보증되도록 추진해야 한다.
세번째로 추진해야 할 일은 이런 각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각종 요소기술의 확보와 관련산업의 육성이다. 각종 반도체나 고성능 컴퓨터, 그리고 지갑이나 신용카드 크기의 통신기능 내장형의 초소형 컴퓨터의 개발을 위시한 하드웨어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그런 하드웨어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운영시스템과 응용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구축도 관련산업의 육성, 발전을 도모하는데 필수 불가결이다. 모토롤러처럼 97년까지 66개의 통신위성을 사용해도 좋고, 마이크로소프트처럼 8백60개를 2001년까지 쓰기로 해도좋다. 여하튼 광역 ISDN을 포함한 각종 통신망의 구축을 위한 관련산업 육성도 대단히 중요하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되는 일은 산업화시대에 제정되거나 확립되어 온 각종법률.규칙.제도.사고방식.행동방식의 개혁과 계몽이다.
정보통신분야에서 변화의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고 대단히 광범위하다. 이제는 아무도 혼자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학계.산업계.정 부.언론.연구소.실수요자단체 등의 지도자들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일정한 주제를 분담해 토론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설계하는 상설협의회가 운영되어야 한다. 미국.일본.싱가포르 등에서는 이런 기구가 있어 정부시책을 조언하고 건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 개편에 부탁하고 싶은 말은 흡수합병되는 부서에 대한 배려 이다. 흡수합병하는 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새로이 합류하는 부서의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 나갈 때 이번 정부개편의 내실이 이루어질 것이다. <(주)에스티엠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