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요금체계 빛좋은 개살구

내년 1월1일부터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국제전화요금이 각각 5%, 3%씩 인하 된다. 체신부는 최근 국민들의 국제전화이용 증대를 위해 내년 1월부터 국제전화요 금을 한국통신 5%, 데이콤 3%씩 각각 내려 두 사업자간의 요금격차를 현행 3%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한국통신과 데이콤간에는 국제전화요금의 인하폭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 했었다. 한국통신과 데이콤의 요금 격차폭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수천억원규모의 국제전화서비스시장에서 양사의 점유율이 크게 달라지기때문이다. 체신부가 이번에 양사업자간의 요금격차를 종전 3%에서 1%로 축소한 조치 에 대해 양측이 모두 반발하고 있다. 한국통신측에서는 요금격차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기업의 전화요금이 사기업보다 비싼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데이콤측은 신규사업자의 자생력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실정 에서 한국통신과의 요금격차를 1%로 축소한 것은 시기상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체신부도 양사업자의 논리를 고려, 고심한 끝에 격차는 두되 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요금을 조정한듯 하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전화요금정책이 새로운 환경변화를 반영한 발전지향적인 방향으로 추진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나치게 양사업자를 의식한 사업자위 주의 요금정책으로는 앞으로의 통신시장개방이나 이용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는 명제 때문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올들어 잇달아 단행한 통신요금의 인하조치는 정보통신분야의 세계화 추세나 통신의 이용추세등 새로운 환경변화와는 다소 동떨어지게 이루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단행한 시내.외 전화요금 조정의 경우 오는 96년으로 예정된 시외전화분야의 경쟁도입이나 기존사업자 의 원가보상률 보전에만 집착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내전화요금을 인상한 것은 최근들어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PC통신 등 정보통신분야 의 이용확산에 역행되는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 11월에 단행한 무선호출 이용요금 인하도 이같은 맥락에서 볼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들어 무선호출분야에서 선.후발업체간의 치열한 선점경쟁으로 인해 한해 신규가입자가 무려 2백만명이나 늘어났다. 이같은 규모는 연간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무선호출기 판매대수인데 이를 무선통신의 활성화 탓으로 봐야 할 것인지 X세대의 새로운 풍속도가 반영된 것으로봐야 할 것인지판단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무선호출분야의 시장경쟁 여건이 조성됐다는 판단아래 최근선.후발사업자간의 요금격차를 줄이면서 이용요금을 인하한 요금정책도 납득 하기 어렵다.

물론 통신서비스분야의 경쟁체제 도입으로 통신요금의 잇단 인하는 이용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제한된 경쟁체제에서 현행 사업자중심의 요금제도로는 앞으로 예상되는 기본통신시장의 개방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통신시장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따라서 통신요금의 인하도 현행 정책요금체제에 의한 요금인하 즉 신규사업 자의 자립기반 확립이나 기존 사업자의 원가보상 확보차원에서 추진될 경우 조만간 그 한계점을 보일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통신요금제도는 단타성이 아닌 새로운 환경변화를 반영해 장기발전지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같은 대전제아래 서로다른 사업자간의 접 속료 제도나 국내.외요금간의 불균형 해소, 통신기술의 발전추세 등을 요금 정책의 주된 변수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기다 가까이는 기본통신 시장개방 과 멀리는 남북통일에 대비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요금제도가 수립되어야할 것이다.

그간 독점체제로 일관해온 통신사업에 몇몇 사업자만을 추가 지정한다고 해서 경쟁체제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경젱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업자간에 경영의 합리화나 군살빼기전략 등 치열한 시장경쟁을 통한 요금인하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체제가 확립되는 동시에 통신 이용자, 즉 소비자들의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