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생활상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몽상가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꿈과의 대화"를 즐겼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형 미디어"의 기술발전은 지금의 생활상과는 전혀다른 꿈에서 그리던 생활상을 우리에게 펼쳐 보일지 모른다.
바보상자로만 여겨왔던 TV. 문서작성을 위해 쓰여왔던 PC, 멀리 떨어져 있는사람들과 음성으로만 대화를 나누어온 전화기. 이 모든 것은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던 개념과는 전혀 다르게 바뀌어 있지 않을까.
또한 우리의 일상생활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지 않을까. 하나같이안개속에 싸여 있다.
그러나 최근 요란스럽게 소개되고 있는 정신산란한 "대화형 미디어"기술은 아직 요원한 미래의 것일지라도 일부 사람들은 몇년안에 새로운 세계가 열릴것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비디오광은 대여점에서 가서 빌린 테이프를 VCR에 넣어 보는 대신 TV의 메뉴 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시청하게 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게임광은 전자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게임만을모아 놓은메뉴판에서 원하는 게임을 불러내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쇼핑을 즐기는소비자들은 백화점을 찾아가거나 회사에서 날아온 카탈로그를뒤적이는 대신 TV앞에서 아름다운 모델들이 소개하는 비디오카탈로그를 시청하면서 원하는물건을 고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시청자는 거실에서 TV와 느긋하게 대화하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보면서 즐길 수 있을 뿐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무엇이나 사들이고 방금 구입한 물건의 값을 치를 여유가 있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해 볼 수 있게될 것이다.
직장도 바뀌어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종사하고 있는 일의 종류와 방법, 그리고 일터의 모습마저도 전혀 다른 형태를 띠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현장은 "화이트칼라"의 직장생활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과 같이 책상앞에서 일하는 모습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분명히미래의 생활상은 편리하도록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화형 미디어"의 기술이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생활의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대화형 미디어"란 말은 이제 더이상낯선 단어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흔한 일상용어가 돼 버렸다. 일반적으로 "대화형 미디어"는 화상과 음성, 데이터의 정보를 디지털로 처리하여 전달하는 매체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을 잘 알고 있다는 전문가조차도 이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설명하려면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한다.
대화형 미디어는 TV를 일컫는가 혹은 PC를 말하는가. 아니면 TV와 PC를 융합 한 것인가.
도대체 이 기술의 실용화는 언제쯤 될 것인가. 또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정도로 이 기술의 상품성은 뛰어난가.
그리고 우리는 대화형 TV시스템에서 쏟아질 그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이용할것인가. 이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이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생기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사진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사진기를 사람의 혼을 빼가는 기계로 여겨 이 기계를 부숴버렸던 것처럼.
대화형 미디어에 대한 이같은 의문을 속시원히 풀어줄 수 있는 해답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오히려 현실은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같은 혼돈의 세계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이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세계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보이지 않은 싸움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선진 각국의 정부는 법.제도의 개혁과 함께 앞으로 열릴 대화형 미디어시대 의 핵심이 되는 정보망 구축에 혈안이다.
미국은 일찍부터 앨 고어부통령을 중심으로 NII(National Information Infra structure)프로젝트를 추진, 국가정보망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세계적인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도 정보인프라 구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사업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초고속정보망 구축에 뛰어든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의움직임과는 별도로 기업들의 활동은 더욱 격렬하다. 컴퓨터회사 전화 회사 케이블시스템사 영화사 언론사등 모든 기업들이 갈라진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이 분야에 대비하고 있다.
오늘도 외신은 기업들간 이합집산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어제의적이 오늘날에는 동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M&A(기업합병)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통신및 미디어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SDC자료에 의하면 지난 10개월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M&A규모가 2천8백44억 달러인데 이중 통신부문과 미디어부문이 각각 3백92억달러와 3백18억달러로 총 7백1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는 통신회사와 미디어회사들이 M&A를 통해 케이블하드웨어기술과 소프트 웨어의 프로그래밍능력을 결합시켜 다가오는 대화형TV시대에 대비키 위한 행위이다. 이들 기업은 강력한 새로운 경쟁자들의 위협을 받으면서 미지의 세계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외국기업들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업체들도 이에 못지않게 바쁘게 뛰고 있다.
그룹의 회장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여러 분야의 관계자를 만나고 있을 정도다.
하루에 24시간이 부족하다는 L그룹의 K회장은 바쁜 시간에도 틈을 내어 일본 및 미국의 유수업체사장들로 부터 이 분야에 대한 자문을 구할 정도다.
국내업체들도세계기업들을 대상으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성사가 미 3DO사에 1천만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으며, 삼성전자도 인도와 칠레의 통신회사에 자본투자와 함께 최근엔 미국 벤처기업인 재즈멀티 미디어사에도 자본 참여를 했다.
이와함께 대화형 미디어시대 도래에 대비, 국내기업들간 전략적인 제휴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MBC프로덕션, LG미디어와 KBS프로덕션, 현대전자와 SBS프로덕션 등이 바로 그것이다.
더구나 해태그룹이 오디오전문업체인 인켈을 인수하는 것을 시발로 국내기업 들간 M&A도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화형 미디어"시대를 앞두고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실험들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 그리고 "대화형 미디어"시대는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앞에 나타날 것인지 이 모든 것은 미지수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새로운 혁명의 단계로접어들었음을 예고해 주고 있다.
우리가 이 새로운 혁명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지, 아니면 실망한 채 다른 데로 발길을 돌리게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원 철 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