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란 CD롬" 유통 방치 안된다

최근 컴퓨터기기 전문판매업자들이 음란CD-롬타이틀을 불법복제해 "PC통신" 을 이용, 무단배포하다가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판매업자들은 컴퓨터 주변기기판매업소를 차려놓고 고성능 "CD리코더"로 불법 음란CD-롬을 무단복제, PC통신을 통해 주로 청소년들에게 팔아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불법복제사건은 두가지 측면에서 관련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첫번째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CD-롬에 의한 프로그램불법복제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불법소프트웨어는 1.2MB기억용량의 플로피디스크(FD)에 복제, 유통돼 왔다. 그러나 최근 개발되는 소프트웨어들은 프로그램용량이 보통 FD의 3~10개 분량에 달하고 있다.

CD-롬은 1장에 신문 1년치의 분량에 해당하는 6백40MB의 내용을 담을 수 있어 FD에 담을 수 없었던 기억용량을 소화할 수 있다. 더욱이 CD-롬타이틀은 날로 내용이 풍부해 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영상도 새로워 지면서 FD로 맛볼수 없는 새로운 영상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FD와 달리 일반인의 불법복제가 거의 불가능한 CD-롬은 불법복제업자 들에게는 매력적인 매체가 되고 있다. 이들은 불법 CD-롬을 제작.복사하기위해 일화 1천만엔 안팎의 고가장비인 CD리코더를 갖추고 대량으로 불법복사,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CD리코더는 원래 교육용, 홍보용 등의 목적으로 촬영된 비디오 테이프를 다시 CD로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기계인데 이번 수사를 통해 현재 시중에서 수입 판매되고있는 CD리코더중에 상당수가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음란물이나상용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에 악용되고 있어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불법복제사건이 관련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구속된 판매업자들이 요즘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PC통신망"을 범행에 이용했다는 점에서 신종수법의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사기관의 관심권 밖에 있던 이같은 유형의 범죄에 대해 검찰이 일제수사를 벌인 것도 PC통신이 일반화되면서 음란 CD-롬이 청소년 계층에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그 폐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를것이라는 판단이 선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 불법복제판매업자들은 천리안, 하이텔등 PC통신망의 전자게시판을 통해 음란소프트웨어등이 복제된 CD-롬을 염가에 판매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함으로써 호기심이 많고 분별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을 유혹해왔다.

이들은 전자게시판 광고를 보고 전자우편이나 전화 등으로 구입의사를 전해 오는 컴퓨터통신 이용자가 있으면 온라인으로 은행계좌에 물품대금을 입금토록 한뒤 주로 우편을 이용해 음란 CD-롬을 전달, 고객들과의 직접적인 접촉 은 피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음란 CD-롬의 주고객으로 추정되는 청소년들의 경우 컴퓨터통신을 통해 음란 CD-롬을 구입하면 구입자의 익명성이 보장되고 또 자신의 방에 설치된컴퓨터로 부모들의 눈을 피해 음란 비디오를 볼수 있다는 점때문에 일반 음란 비디오테이프보다 CD-롬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컴퓨터 게임팩이나 음란CD-롬이 국내에서 무단복제 돼 유통되고 있고 상용 컴퓨터전산망을 통해 특히 청소년들에게 대량 유포되 고 있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CD리코더등 첨단기기를 이용한 불법복제와 PC통신을 통한 판매행위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컴퓨터영상물은 통상적인 비디오물이 아니어서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에서도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통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음란 CD-롬의 경우 이번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PC통신을 이용하는 청소년계층 을 대상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어 이를 추적, 적발하는등 컴퓨터범죄 수사기 법의 개발과 전문요원의 양성이 필요하다.

CD-롬타이틀이 음란물로 이용, 적발된 사건은 또다른 면에서 관심을 끌고있다. 음란 CD-롬타이틀의 확산은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 개척에 큰짐이 될수도 있다. CD-롬의 유연한 내용전개에 음란이라는 독소요인이 부각되는 경우 발전에 큰 장애로 작용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청소년층에 음란 CD-롬 타이틀이 아무런 제약없이 유통되고 있다는점은 기성세대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중대사안이 아닌가한다. "CD-롬 타이틀은 포르노"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도록 불법음란물은 철저히 단속, 이제 막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국내 멀티미디어시장의 전체적인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