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컴퓨터범죄의 사전예방

한 대학생이 컴퓨터통신망의 홈뱅킹서비스를 이용, 타인계좌 예금을 불법 인출한 사건은 첨단금융서비스도 더 이상 컴퓨터범죄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컴퓨터통신망 이용 자의 신상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범죄유형을 예시하고 있어 이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같다.

사건은 한 대학생이 컴퓨터통신과정에서 우연히 입수한 컴퓨터동호회 회원들 의 신상정보를 이용,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사건은 금융 전산망체제의 보안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범인 김군이 컴퓨터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람의 계좌에 접근해범행 을 저지른 과정은 의외로 단순했다. 컴퓨터를 배우던중 자신이 회원으로가입 한 컴퓨터동호회 통신망에 접속하기 위해 고유번호(ID)를 입력시키는 순간 운영프로그램이 오류를 일으켜 시스템운영자만이 볼 수 있는 운영화면을접하게된 게 범죄의 시발이라는 것이다. 컴퓨터통신망의 허술한 운용체계를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김군은 또 이것 저것 조작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회원명단과 고유번호등이 적혀있는 회원 신상정보(유저데이터)에 접근, 이 자료를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 시켜 놓았다. 그리고 호기심에 이 자료를 통해 홈뱅킹서비스에 접근해보자는마음을 먹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특수은행의 홈뱅킹서비스를 이용하는사람들이 대부분 통신망 고유번호와 같은 번호를 계좌 비밀번호나 홈뱅킹 비밀번호로 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김군은 이때부터 피해자들의 고유번호를 이용, 금융기관의 전산망에 접근해 홈뱅킹서비스망으로 이들의 계좌에서 돈을 빼돌렸다 한다.

범죄경위가 너무나 단순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각종 패스워드(암호)를 한가 지로 사용할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번 사건의 피해자 대부분이 각종 고유번호와 비밀번호를 똑같이 사용해온 사실이밝혀졌다. 이는 컴퓨터대중화 시대로 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보안의식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개인적인 보안대책은 간단하다. 앞으로 신종 컴퓨터 범죄에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여러가지로 사용하거나 비밀번호 또는 신상정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지켜본 우리는 컴퓨터전문가들의 해킹방법보다 가입자가10만여명에 달하는 홈뱅킹의 허술한 보안체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우선정부기관 이나 개인기업들이 그동안 전산망이나 통신망을 구축하는데만 신경을 썼을뿐 그에 따른 폐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대책마련에는 소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정보화사회의 진전에 따라 PC보급대수가 5백만대를 넘어섰고 PC통신 이용자수도 50만명에 육박하는등 컴퓨터나 공중데이터통신의 이용이 일반화된 시점에서도 이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무방비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홈뱅킹서비스를 통해 발생한 금융사고는 첨단 정보통신서비스 의허점을 악용한 사례로 이와 유사한 정보통신서비스가 잇따라 도입될 예정 임을 감안할 때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재로선 컴퓨터및 정보통신서비스를 통한 신종범죄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며 정확한 범죄통계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컴퓨터 범죄의 대부분이 내부직원에 의한 범행이어서 공신력 실추를 우려, 피해발생및 규모에 대해 이를 숨기고 있어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범죄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각종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이에 따른 범죄도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이에대한 적극적인 대비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전산망이 구축된 기관들도 지금까지의 사후약방문식 대책마련 에서 탈피,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요인들을 철저히 점검, 컴퓨터범죄 발생 요인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일선 수사기관에서도 컴퓨터 전문 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PC통신사업자 등 통신망을 운영하는 사업자도 사용자에 대한 윤리교육과 통신망보완을 강화하는등 적극적인 대책수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