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고속도로 구축붐이 일면서 종합정보통신망(ISDN)에 대한 관심이 다시높아지고 있다.
한때 일각에서 "실패한 실험"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ISDN이 정보고속도로를 실현할 인프라로 또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10여년전, 전화선을 통한 고속 데이터 전송과 화상회의 등을 실현할 미래 정보통신의 총아로 불리던 ISDN.
일본과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도입을 추진했던 ISDN은 그러나 그 화려한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10년 가량이 흐른 지금도 일상 생활권과 큰 괴리 를 보이고 있어 일반인들의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관계자들의 당초 전망대로라면 지금쯤은 적어도 수백만 가정에 디지털 전화 기가 놓여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때문에 ISDN을 정보 통신의 "속빈 강정"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정보고속도로 시대를 맞이하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인터 네트 등 컴퓨터 네트워크의 폭발적인 확산과 그에 따른 가정내 정보 생활의 다양화로 일반인들도 대용량 디지털 회선의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
ISDN의 표준 제정과 서비스료 인하 또한 잊혀져 가던 "미래 정보통신의 총아 를 생활권으로 끌어 들이면서 일반인들에게 정보 고속도로 진입로로 ISD N을인식케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정보고속도로의 진입로로 ISDN을 활용한다는 것은 적어도 미국이나 일본, 서유럽 국가들에선 다른 새로운 수단을 이용할 때보다 커다란 장점을 갖는다. 가정에 이미 부설한 전화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정보 서비스의 질이나 양의 변화를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향후 몇년간은 별도의광섬유망이나 케이블 TV선을 새로 부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와 통한다. ISDN이 비록 80년대에 태동한 기술이라 할지라도 최근 등장하고 있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표준 ISDN 회선은 초당 12만8천 비트의 정보 전송능력을 갖는데 이는현재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최고속 모뎀보다도 정보처리 속도가 10배 나빠른 수준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할 때 걸리는 시간도 컴퓨터가 콤팩트 디스크를 읽는 정도의 시간이면 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다.
이로 인해 ISDN을 활용한 정보 서비스 제공도 세계 각국에서 점차 늘어나고있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지난 92년 이래 ISDN 서비스의 보급 확산 노력이 활발히 전개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7개 지역벨사와 벨코어사가 공동으로 ISDN용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서비스 제공 회선 수를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현재 지 역벨사들의 ISDN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 회선수는 93년에 비해 4배나 많은 30만 회선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98년엔 미국의 ISDN 가입 회선은 최소한 1백만 회선 을넘어설 전망이다.
유럽도 정보고속도로 구축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는 수단으로 ISDN을 활용 하려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ISDN의 강력한 옹호자인 유럽은 올해말까지 모든 전화회선을 통해 ISDN 서비스를 이용토록 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갖고 있다.
유럽 전화회사들은 지난 93년 이미 "유로ISDN"이란 표준을 제정하고 이에기반한 하드웨어들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유럽인들이 국경을 넘어선 ISDN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유럽의 ISDN 가입자는 향후 연평균 40%이상 급증해오는 98년 3백50만 가구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유럽 국가중 독일은 연간 70%의 가입자 증가율을 보이면서 지난해 이미 50만 가입자를 확보, ISDN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일본 또한 ISDN 경쟁에서 이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맹렬한 추격전을 펼치고있다. 특히 일본전신전화(NTT)는 ISDN 서비스의 보급 확대를 위해 ISDN용 공중전 화를 일본 전역에 설치했을 정도로 ISDN의 열렬한 옹호자라는 것은 잘 알려진사실이다. 이 회사는 특히 ISDN이 초기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형성한 것이 실패의 요인이었다고 분석하고 요즘은 대화형 멀티미디어에서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 양한서비스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NTT는 또 오는 2015년까지 전국적인 ISDN망을 구축하는데 4천5백억달러를 투자할 계획도 수립해 놓고 있다.
NTT의 이같은 ISDN 보급 확대에 대한 의욕에 힘입어 일본의 ISDN 서비스 가입자는 30만가구 정도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 올라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선진 각국의 ISDN 확산 열기가 달아오를수록 해결 과제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비용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무엇보다가입자들의 초기 설치 비용을 줄여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선 이와 관련, ISDN 장비를 임대하는 방법을이용 ISDN의 보급 확산을 꾀하고 있다.
또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일반전화요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ISDN 서비스 요금을 인하하는 방안도 모색될 필요가 있다. ISDN 서비스가 정착되려면 일부 기업 고객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수준 에서 요금이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ISDN 서비스의 다양화와 품질 개선등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