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일부터 오존층 파괴물질인 CFC(염화불화탄소)의 유럽내 제조및 반입이 금지되자 CFC가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가격이 급등, 이를 냉매로 채용해 야 하는 기존 영업용 냉장고및 에어컨 사용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 각국은 현재 CFC대체물질을 생산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CFC가 조속히 사용을 중단해야 하는 물질이라는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널리 사용되고 있어 오는 96년 세계적인 생산금지를 앞두고 사용량의 단계적 감축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CFC의 가격이 5개월전에 비해 20~30%정도 오른 것으로조사됐다. 앞으로 CFC 부족현상의 심화는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소화제로 사용되어온 할론가스도 수입이 금지되자 가격이 20배정도 뛰어오른선례가 있다.
CFC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암시장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11월 세계 최대의 CFC생산국인 러시아의 CFC중 상당량이 유럽으로 흘 러들어 왔다. 산지가격은 대략 톤당 6백파운드 정도. 이것이 수입업자의 손을 거치면서 톤당 2천5백파운드에서 최종 소비자들의 손에는 산지의 10배이 상에 달하는 가격으로 거래됐다.
CFC 대체물질을 개발중인 영국 ICI는 암거래를 통한 CFC의 유럽내 반입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소비자들 은 CFC의 부족현상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나아가 공급업체들이 CFC를 계속 생산, 다량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암거래가 이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나 기업차원에서 대체물질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제품의 사용중단을 피하고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이 택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암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CFC에 있어 암거래보다 더 위험한 것은 대기중으로 방출되는것.
정육점의냉장고나 제약회사의 조제실같은 영업용에서 CFC의 충전은 불가피한데 이들 제품은 가정용 제품에 비해 CFC 누출 방지장치가 철저하지 못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업용 제품에서는 CFC의 20%정도가 대기로 방출, 오존층의 파괴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함께 92년 제정된 몬트리올 의정서 조항들이 구두선이 되어가고 있는 징후도 찾아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오는 96년 1월1일까지 물밑으로 제조와 반입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몬트리올 의정서에 별도 조항을 삽입, 전면 사용금지 시한을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중국등 개발도상국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개도국들은 오는 2010년까지C FC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된다.
CFC의 재활용이 허용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재활용되는 CFC의 양이 전체 CFC의 3~5%정도에 이른다는 사실은 그만큼 많은 양의 CFC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현재로서는 재활용된 CFC와 새로 생산된 CFC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최종 사용량을 계속 측정, 생산및 수출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만있을 뿐이다.
CFC대체물질 개발이 지연되면서 CFC채용제품 사용자들은 제품가격의 상승은 물론 제품의 일시적인 사용정지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FC 대체물질 개발업체인 BOC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 CFC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첫째는 대체물질의 가격이 아직도 CFC의 가격보다 비싸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대체물질의 이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체냉매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수소화 염화불화탄소(HCF C)를 비롯한 몇가지.
CFC중에서는 염소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HCFC는 CFC의 염소를 수소로 대치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물질. 이 HCFC도 CFC에 비해 미미하기는 하지만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HCFC를 수소화불화탄소(HFC)로 바꾸는 것이 더욱 항구적인 해결책이 될수 있다. HFC에는 염소가 없어서 오존층 파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HFC 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HFC는 CFC나 HCFC처럼 지구 온난화현상을 유발한다는 설이 있는데다HCFC나 HFC는 시장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실용 시험도 거치지 못한 상태다.
CFC대체물질로서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암모니아.
암모니아는 다른 가스에 의해 냉각될 때만 활동성을 띠는데 가열성, 유독성및 유독성이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효율이 높아 냉매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 가연성이 높아 30년대 이래 CFC에 냉각제로서의 자리를 내준 프로판 이나 부탄같은 탄화수소계 가스가 있다. 현재 이들에서 가연성을 제거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는 단계에 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CFC를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냉매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다만 상업성을 고려한 개발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원칙 만을 내세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CFC대체물질 개발의 가시적인 성과가 조만간 드러나지 않는다면 지구 환경 보호라는 대의보다는 실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소비자들이다.
<허의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