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PC시장은 "미국의 독무대"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IBM, 애플, 컴팩 등 세계 PC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기업 대부분이 미국 업체 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PC중에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명제에 적합한 노트북 PC를 중심으로 한 휴대형 컴퓨터 시장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축소지향적인 일본의 특성이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면서 도시바가 미국의 쟁쟁한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80년대 중반이후 내내 휴대컴 시장의 정상자리를 고수하면서 일본의 자존심 을 대변했던 이 회사는 그러나 90년대 들어 정책적 실패를 거듭하다 급기야지난 93년엔 미국의 컴팩에 "왕좌"를 넘겨주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이는 일본의 자존심을 일거에 무너뜨리면서 미국의 위력을 새삼 확인케 하는 상징적 인 "사건"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도시바는 그대로 주저 앉지 않았다. 와신상담 끝에 지난해 다시 왕좌 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시장 조사 회사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바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6 %. 그 전해 수위 자리를 차지했던 컴팩(14.1%)을 1.6% 포인트 앞질렀고 IBM 9.88% 과는 무려 6% 포인트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
최대의 시장인 미국 시장만을 놓고 보면 도시바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진다.
2위컴팩이 14.7%의 점유율을 보인데 비해 도시바는 17.8%로 조사됐다.
지는해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했던 도시바가 이처럼 재기 에 성공한 요인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해외 법인의 자율성 확대이고 또 하나는 연구개발 노력의 강화다. 해외 법인의 자율성 확대는 본사의 명령을 기다릴 필요없이 발빠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도시바의 해외 법인은 성능 및 가격 등에서 현지 소비자 욕구에 부합하는 모델을 적기에 출하,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게 됐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자 도시바도 일부 모델에 대한 대폭적인 가격 인하를 즉각 단행하는 등 발빠른 대응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이 한 예다.
해외 법인의 자유로운 마케팅 전략 수립은 또 6개월에서 1년의 시차를 두고 데스크 톱에서 노트북으로 이행하던 신형 칩 채용의 일반적 관례를 깨고 데 스크톱과 동시에 신형 칩을 채용한 노트북 컴퓨터 발표를 가능케 함으로써 도시바의 휴대컴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대표적 사례의 하나가 지난해 10월 발표된 "T4900CT".
인텔의저전력 소비형 펜티엄 칩인 "P54C"를 탑재한 최초의 휴대컴으로 기록 된 이 노트북 컴퓨터 발표로 도시바는 시장 흐름을 선도하면서 재기의 기틀 을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시바가 휴대컴 시장의 정상을 탈환할 수 있었던 요인은 의욕적인 연구 개발 활동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연구개발 노력의 부족으로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판단을 한 도시바는 지난해 노트북 컴퓨터에 장착되는 TFT-LCD의 기술 개발 및 생산 확대를 위해 수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뎌욱 오래 쓸 수 있는 휴대컴의 전원개발을 위해 리튬이온전지의 개발에 나서는 한편 멀티미디어 기능을 실현하기 위한 내장형 CD롬 드라이브 개발도 추진했다. 도시바의 이같은 노력은 휴대컴시장이 다른 PC분야와 달리 메이커 의존도보 다 제품 그 자체의 성능 우열에 따른 선택도가 높은 시장이란 사실을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이 회사가 향후 선보일 제품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세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