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병렬컴퓨터 사업부 부상

IBM이 지난달 초 단행한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인사 조치 이후 새롭게 부상 하고 있는 사업부가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새로운 사업부의 부상은 IBM 내부의 역학 관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있지만 다른 한편, IBM의 경영 방침의 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있기 때문이다.

주목의 대상은 어빙 울라다우스키 버거가 이끄는 병렬컴퓨터 사업부.

이 사업부의 연간 매출액은 2억달러로 거대 기업인 IBM의 입장에서 보면 규모가 매우 작은 조직에 속한다.

때문에 이 사업부는 지난달 조직개편 이전까지만 해도 사업부라기보다 팀에불과했다. 이런 병렬컴퓨터 사업부가 부상하게 된 배경은 크게 두가지.

이 사업부를 이끄는 울라다우스키 버거의 비관료주의적 업무처리 스타일이 그 하나이고 컴퓨터 산업의 환경 변화가 또다른 배경이다.

울라다우스키 버거의 비관료주의적 스타일은 팀플레이를 중시하고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루이스 거스너 회장이 이번 인사 조치에서 팀장에 불과했던 그를 사업부문의 책임자로 승진시킨 것도 이같은 그의 스타일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기업의 생명인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데 그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승진 배경을 개인적인 스타일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해온 사업과 그가 이끌던 팀이 최근의 컴퓨터 시장 환경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메인프레임 전용 칩과 부품 대신 여러개의 범용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부품을 사용해 제작하는 병렬컴퓨터가 갖는 매력은 적지 않다.

우선 병렬 컴퓨터는 다운사이징 추세하에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메인프레임 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어 메인프레임 사업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IBM에 새로운 경영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병렬 컴퓨터가 메인프레임의 성능을 능가하면서도 가격이 싸고 사용하기 편리해 수요 창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시장 조사 회사인 가트너 그룹은 지난해 6억달러에 불과했던 병렬 컴퓨터 시장규모가 오는 98년 53억달러로 급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울라다우스키 버거의 병렬컴퓨터 부문의 올해 매출액은 작년 실적 의 2배가 훨씬 넘는 5억달러를 기록하고 96년엔 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렬 컴퓨터가 메인프레임에 비해 마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제조업체 입장에선 상당한 매력이다.

울라다우스키 버거가 이끄는 병렬컴퓨터 부문이 생산하는 "SP2" 기종의 경우 마진율이 무려 58%로 메인프레임의 40%보다 훨씬 높다.

때문에 메인프레임 사업이 성장 한계에 부닥치면서 대대적인 구조 재편의 와중에 있는 IBM으로선 울라다우스키 버거와 그의 병렬컴퓨터 사업부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으며 이같은 기대가 조직 개편 및 인사 조치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