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산업의 첨단바람

퍼지.신경망.카오스.유전자 등 지능형 제어이론을 생활가전에 접목하는 연구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첨단 제어이론이 가전산업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있는 것이다.

이들 첨단제어이론을 한가지이상 복합 채용한 신개념의 가전제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생활가전의 수요창출을 견인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업계가 가전제품에 이같은 혁신이론을 적용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히트상품을만드는 비법을 퍼지이론의 특장점인 추론기능과 신경망이론의학습기능 카오스의 질서화기능, 유전자이론의 최적화기능을 각 제품의 특성에 맞게 조합,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인 데서 찾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개발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뭔가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극대화할 만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 가전제품의 사용목적에 맞는 본래기능과 편리성을높이고 현대적인 디자인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다.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신세대, 스트레스를 기피하는 중장년층, 노인인구의 증가등 소비자가 처해 있는 시대문화.생활문화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는 새로운 수요창출은 물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따라서 가전제품은 기획 하고 개발하는 단계에서 사용자의 기능적 감성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기술과 전략이 개발돼야 한다.

가전제품의 개발방향을 이른바 "소비자중심 사상"에 맞춰 잠재고객들의 감성 을 자극하는 고도의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소비문화의 행 태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가장 무질서하고 복잡한 자연적인 현상을 정연한 규칙으로 이끌어내는 카오 스이론을 접목한 카오스세탁기나 애매모호한 현상에서 일정한 법칙을 이끌어내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도출해내는 퍼지선풍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맥락은 같다. 몇년전부터 상용화된 세탁물의 엉킴을 방지할 수 있는 카오스이 론이나 인위적으로 자연바람을 만들어내는 퍼지이론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는 자연의 오묘한 법칙을 질서화하는데 있다.

최근에는 유전법칙까지 적용한 가전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최적 냉방을 실현 쾌적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유전이론 에어컨"이 그것이다. 자연의 현상 이반영되지 않은 제품은 이제 첨단의 대열에서 멀어지는 인공과 자연의 공존 현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퍼지.카오스.신경망.유전자등의 첨단이론은 기존제품의 한계를 극복 하고 최적화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올들어서는 이같은 첨단이론 적용양상이 복합화되고 있다. 지난해말 개발된 신경망이론에 유전자이론을 부가한 에어컨을 필두로 올해에는 3가지제어이론 을 상호보완하거나 함께 채용한 전기보온밥솥.식기건조기.전자레인지 등이잇따라 선보일 것이다. 소형가전뿐 아니라 세탁기.냉장고 등 대형가전 개발 에도 본격 응용될 전망이다.

특히 가전제품의 제어이론을 상호보완하거나 복합채용하는 것은 사용상의 편 리성 향상, 기능제고, 에너지절약등의 이점뿐 아니라 가전업계가 목표로 삼는 감성적제품 출현을 앞당긴다는 점에서 올해 출시될 신제품에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다. 특히 업체에 따라서는 퍼지-신경망-유전자이론을 일괄하는 제어시스템개발도 시도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기술선진국인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한발앞서 가전제품 개발에 지능형 제어이론을 응용하고 있다. 마쓰시타.히타치.산요등이 가전제품은 물론 복사기.팩 시밀리 등 다양한 제품을 대상으로 지능형 제어이론의 복합채용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만 봐도 생활가전의 신제품 향방을 점쳐볼 수 있다.

신기술과 신이론을 접목하는 업계의 신제품경쟁은 기술개발을 통한 산업발전 과 사용자 만족도 제고를 통한 수요확대라는 두가지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적인 기술경쟁뒤에서 아직까지도 비생산적인 흠집내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 건전한 경쟁풍토조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 신제품의 사실적 내용과 다른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든지, 경쟁회사가 개발한 신제품을 근거없이 깎아 내린다든지, 기술적으로 크게 앞선 제품이 아닌데도 첨단이론을 적용한 신제품인양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업계의 의식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기업답게 달라져야 한다. 업계가 지엽말단적인 불필요한 소모전을 과감히 탈피, 본연의 기술경쟁을 통해 세계 적인 일류화 상품을 만드는 데 매진한다면 첨단이론으로 중무장한 국내 가전 산업은 분명 세계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