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BSA태도 한.미통상 도움 안된다

미국소프트웨어업계의 대표적인 단체인 비즈니스소프트웨어연맹(BSA)이 한국 을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에 잔류시키도록 최근 미무역대표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BSA는 한국내의 소프트웨어 무단복제율이 아직 78%로 여전히 높고 이로 인해 지난해 한국내 사업에서 3억5천여만달러의 피해를 본 것으로추정하면서 이같은 의견을 제출했다는 소식이다.

미행정부는 자국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크게 우선협상국(PFC) 우선감시 대상국(PWL) 감시대상국(WL)으로 분류하고 PWL에는 "즉각적인 행동조치대상 국" "수시점검대상국" "일반적인 우선감시대상국"으로, WL에는 수시점검대상국 과 "일반감시대상국"으로 세분화해놓고 매년 대상국가를 각각 지정해 스페셜3백1조의 발동등 대응조치를 취해오고 있다.

따라서 BSA가 요구하는대로 미행정부가 한국을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잔류시킨다면 PWL의 범주중 가장 대응강도가 낮은 군이어서 다소의 여유를 가질 수있기는 하나 지난해와 마찬가지 대접을 받게되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이 희망하는대로 한국에서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를없애고 정품이 정착 되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지재권 보호노력을 미국이 긍정적으로 인정 해 "우선감시대상"에서 "감시대상국"의 범주로 낮춰줘야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우선 한국에서는 종전보다 지적재산권을 보호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아지기는 했으나 아직 지재권보호론자의 입지가 약해 이의 기반을 강화시켜주는 데 미국이 협력해줘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싶다. BSA라는 단체는 로터스, 마이크로소프트, 노벨등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 어업체 8개사가 자사의 이익을 대변하기위해 설립한 것이다. 우리정부가 불법복제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은 한미 양국의 통상마찰을 최소화하기위한 노력이나 일반국민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요컨대 우리정부가 이들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여기고있어 단속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정부는 지난해에도 대검찰청이 주도하여 지속적으로 불법복제 단속을 펴는등 적극적인 지적재산권 보호활동을 펼쳐왔다. 이같은 노력을 미국 행정부 가 인정치않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을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해버린다면 보호론자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여론악화로 인한 정부의 지 재권 보호강화 의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BSA가 이번 미무역대표부에 한국을 "우선감시대상"에 잔류시켜 달라고 요구하면서 그 이유로 한국에서는 아직 무단불법복제율이 78%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로써 한국은 무단복제가 성행하는 나라로 격하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BSA가 제시한 78%라는 수치는 BSA가 발표한 93년도 불법복제율과 같아 신뢰성이 다소 의문시된다. 현재 BSA의 회원사들은 거의 국내에 진출해 있다. 이들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전년대비 1백 %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이는 정보화의 급진전으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기는 하나 전체 시장수요 자체 가 이같은 비율만큼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불법복제품이 시장에서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가진다.

따라서 한국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율은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노력과 지재권 보호분위기의 제고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93년보다 낮아졌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고 BSA는 한국시장에서 계속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같은 수치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단체가 미국정부에 요구하는 것인 만큼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없지만 BSA의 이같은 태도는 자국 회원사들의 이익을 추구하는데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한미 양국의 통상마찰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국내에서도 지재권을 보호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성숙되고 있는 만큼 지재권 보호론자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면서 자체적으로도 자사 소프트웨어 사용자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지원등 강경일변도 보다는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해 나가는 자세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