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반독점법 위반 사건에 대한 화해안이 연방 지방법원에 의해 기각된데 이어 당초 화해안을 도출하는데 관여한 법무부가 이에반발 고등법원에 항소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VAPO RWARE(베이퍼웨어.가상제품)발표" 관행을 둘러싼 논쟁이 미국 컴퓨터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연방 지법의 스탠리 스포킨 판사가 지난해 7월의 화해안을 마이크로소프트의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는데 미흡하다고 판단하게 된 근거중 하나가 이른바 이 회사의 "베이퍼웨어" 전략이기 때문이다.
"베이퍼웨어"전략이란 한마디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제품을 상당기간 미리앞당겨 발표하는 것인데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경쟁업체의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불공정 경쟁에 해당된다는 것이 스포킨 판사의 판단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시장영향력이 막대한 업체가 이 전략을 사용할 경우 경쟁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실제로 오는 8월 출하될 예정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운용체계인 윈도즈 95"의 경우만 보더라도 발표시점과 출하시기간의 기간차가 1년을 훨씬 넘는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컴퓨터 사용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제품이 나올 것이란 기대때문에 이 기간동안 다른 제품을 구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스포킨 판사가 이를 불공정 경쟁이라고 보고 있는데 대해 업계 일부에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베이퍼웨어" 전략은 업계의 일반적 관행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컴퓨터 전문잡지인 PC 레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발표후1 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시장에 나오지 않은 제품은 수십개에 달하며 애플이나IBM의 차세대 운용체계도 이 범주에 속한다는 것이다.
업계일각에선 이 때문에 고객을 현혹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발표되는 경우를제외하고는 "베이퍼웨어" 전략은 정당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특히 이런 관행이 고객이 제품 구입에 따른 예산을 미리 책정하고 전 산화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며 스포킨 판사가 이같은 관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베이퍼웨어" 전략이 특히 시장독점적 위치에 있는 업체에 의해 악용 될 경우 그 폐해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태여서 컴퓨터 업계의 이같은 관행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 이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