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에이서 그룹이 미국 컴퓨터 시장에서 화려하게 재기했다. 이 회사의 미국 법인인 에이서 아메리카가 지난해 처음으로 개인용 컴퓨터 판매 순위 8위 로 상위10대 업체내에 든 것이다.
에이서 아메리카의 지난해 매출액은 8억5천만달러. 이는 이 회사 93년 매출 액의 2배에 달하는 것이며 에이서 그룹 전체 매출액 32억달러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이에따라 에이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93년 1.7%에서 지난해엔 2.5%로 올라섰다. 에이서의 이같은 성공은 무엇보다 시 스탠 회장의 강력한 분권화 의지에 기인했다. 해외 법인의 자율성 강화를 의미하는 분권화 전략으로 에이서 아메리카는 대만 본사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다.
2년전만 해도 에이서에서 이같은 일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해외 법인의 전략을 결정하는데 대만 본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현지 경 영층이 독립적인 경영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에이서 아메리카는 자율성을 확보하고 과감한 시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시장 전략은 물론 고객 지향적인 사고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 전통적인 회색에서 탈피해 검정색 바탕의독특한 디자인을 채택한 멀티미디어 홈 PC를 출하했다. 에이서는 특히 이 제품이 가정을 겨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486이 아닌 펜티 엄으로 결정하는 과단성을 보였다.
소비자들이 강력한 성능의 멀티미디어 PC를 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에따른비용 부담도 기꺼이 할 준비가 돼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에이서 아메리카의 판매고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성공에 고무된 에이서 아메리카는 이젠 고객 지향적인 경영 활동을 경영 의 원칙으로 확립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의 구입을 대만에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서 아메리카는 소형 주문 생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표준품이 아닌 경우에도 늦어도 5일 이내에 주문자의 손에 제품이 공급되도록 하고 있다.
1년여 전만해도 IBM、 컴팩 컴퓨터사등 미국 PC 업체들의 가격인하 공세에 맥을 못추던 에이서는 이에따라 이제는 유연성을 갖춘 성장 기업으로 자리를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실제 최근 몇년새 미국의 주요 PC업체들이 대부분 감량 경영 등에 나서고 있는데 비해 에이서 아메리카는 반대로 직원수를 대폭 늘리면서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에이서가 현재 미국에서 조립생산하는 PC의 양도 이에따라 월간 5만대 수준 에 이르고 있다.
에이서 아메리카를 이끌고 있는 로널드 촹 사장은 이에대해 "사업 성공의 요체는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제품을 적기에 출하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미국 PC 업체들이 노동비용 때문에 다른 나라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에이서는 미국에서의 생산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개발 노력、 특히 사용자들이 컴퓨터를 더욱 편리하게 쓸 수 있는 기술 개발과 광고 활동을 통한 기업 인지도 제고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에이서를 명실공히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몇 안되는 기업의 하나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