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과 1990년 사이에 일어났던 비디오 수요 붐이 러시아에서 다시 일어나 고 있다.
정치경제적 불안정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비디오 제품에 재산을 묻어두려는 일반인들의 심리 탓이다. 모스크바의 전자 상가에서는 자동차나 냉장 고 또는 보석이나 골동품이 아니라 비디오 제품에 특히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소득수준에 비해 비디오 제품이 그나마 취득이 쉽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또 러시아 국내업체뿐 아니라 외국업체들이 이 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졌고, 비디오 제품이 상대적으로 면적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 것도 제2의 비디오 붐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비디오 붐의 대상은 일본 제품과 한국 제품이다. 5~8년 전의 1차 비디오 붐이 러시아 국내제품에 쏠렸다면 이번 붐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맞춰주면서 가격도 그렇게 비싼 편이 아닌 일본과 한국 상품이 단연 선도하고 있다. 러시아 국내산은 공급은 절반 가량 늘어나고 수요는 1.5배 정도 줄어든것으로 보고있다.
가장 인기있는 일본제 비디오 녹화기는 3백30달러에서 4백달러선이고, 한국 제는 이보다 다소 낮은 2백30에서 3백달러선이다. 비디오 플레이어는 일본제 는 2백30~2백70달러선, 한국제는 1백60~1백80달러선을 많이 찾고 있다.
일본제 비디오 제품은 대개 노동력이 싼 동남아시아나 유럽에서 제조된 제품 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평면 화면이나 텔레 텍스트 등 최신 기능을 갖춘 일본에서 직접 생산한 제품도 러시아의 신흥 부유층을 파고들어 상당한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텔레비전은 화면이 51~54cm인 모델들이 가장 잘 팔리는 편이고, 이전에 많이 찾던 33~37cm의 작은 텔레비전은 일단 유행이 지난 느낌을 준다. 한편 84cm의 대형 텔리비전은 가격차가 8백~1천5 백 달러로 큰 편인데도 불구하고 수요가 많은 편이다.
비디오 제품의 가격은 러시아의 각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비디오 녹화기의 경우 1백70여 모델, 비디오 플레이어와 비디오 카메라의 경우 1백여 모델이 러시아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일정하게 가격 대를 정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최고가격과 최저가격의 차가 80% 남짓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디오 녹화기의 평균가격을 보면 지난 1월에 모스크바가 1백80만 루블(1달러-4천루블선), 사마라시가 1백10만 루블, 풀라와 우파 1백28만 루블, 에카테린부드크가 1백60만 루블을 기록했다.
모스크바의 전자 상가는 이런 비디오 붐이 올 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또 중저급 제품보다는 고급 비디오 제품이 갈수록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전통적으로 전자제품의 비수기인 여름이 가까이 오면 비디오 제품의 구입열기가 식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여가를 즐겁게보내는 것을 중요한 삶의 가치로 생각하는 많은 러시아인들이 비디오보다는 여행에 지출을 많이 배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최미경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