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안테나] 중.미 지재권분쟁 타결 의미

중국과 미국이 무역보복조치 발효개시일인 지난 26일 지적재산권분쟁을 극적 으로 타결、 양국간 무역전쟁을 회피한 것은 당초 예상대로 막바지 고비에서 중국측의 명분과 미국의 실리가 어우러진 결과로 평가된다.

양국이 이날 합의、 서명한 중국내에서의 미 지재권을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7개항의 "행동계획(Action Plan)"의 세부내용에서도 이같은 측면이 두드러지고 있다.

클린턴행정부가 의도했던대로 미국측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반면 중국은 나라의 자존과 체면을 지키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22페이지에 이르는 이 "행동계획"에 담긴 *모든 지재권 침해행위 즉각 중단 *불법복제공장 폐쇄 *불법복제테이프 압수폐기 및 지재권 침해에 대한 사법 처벌 강화 *특별단속반 장기 운영등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얻어낸 "전이품" 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이 문면대로라면 중국은 이제 더이상 해적생산에 따른 가외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를 맞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중국측은 미행정부가 당초 강력하게 제기했던 화남지방의 29개 테이프 불법복제공장의 폐쇄와 지재권 침해소송기간 단축등을 골자로 한 민사소송법 개정 요구 가운데 "내정간섭"의 성격이 짙은 사법규정 개정만을 "행동계획" 에서 제외、 체면을 유지하는 정도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중국이 미국보다 한술 더 떠 1백% 보복관세 부과와 함께 대규모 자동차합작 프로젝트 협상중단등 당초의 초강경입장에서 후퇴、 이처럼 많은 양보를 하게된 배경에는 정치.경제적 측면등 다각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부터 13일동안이나 계속돼온 마라톤협상을 통해 클린턴행정부의 대 중무역보복선언이 단순히 엄포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안 이상、 소탐대실하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사태를 수습하는게 바람직하다는판단을 내렸음직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연간 7천만장의 해적판 디스크등을 미국에 수출해 얻는 짭짤한 실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당국은 실제로 이번 협상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전국적으로 불법복제공장 및 업소를 기습단속、 7개 해적판생산공장을 폐쇄하고 2백만장의 콤팩트 디스크(CD)、 레이저디스크(LD)、 컴퓨터 소프트웨어등을 압수하는 전례없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같은 결단을 내리게 된 바탕에는 크게 보아 두가지 주요 요인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첫째는 중국경제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중국 세관통계가 말해주듯 지난해 양국간 교역량이 3백54억달러로 해마다 30%가 량 신장되고 있고 특히 대미교역에서 적지않은 흑자를 보고 있는 점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결국 중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다줄 것이자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콩을 통한 우회적인 대미수출요인까지 염두에 둔다면 그 피해의 정도가 이만저만이 아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다른 하나는 지난 1월1일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문제다.

작년말WTO출범을 앞두고 기울여온 중국의 적극적인 가트(관세무역일반협정) 가입노력이 미국측의 봉쇄로 수포로 돌아갔던 뼈아픈 경험이 중국지도부로하 여금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한계를 느끼도록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이다. 샤를린 바셰프스키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이와 관련、 합의서에 서명 한뒤 "이번 협상은 중국의 WTO가입문제와는 전혀 별개의 차원에서 진행됐다" 고 강조하면서도 "중국이 하루 빨리 제네바 협상테이블로 복귀하기를 희망한다 고 말해 여전히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미국도 이번 합의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없지 않다.

바셰프스키부대표가 중국대외무역경제합작부의 오의부장、 손진우부부장등 을 비롯한 협상지도부에 사의를 표시하면서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일관 된 의지와 열망이 극적인 성공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한데서도 그런 측면이드러나고 있다.

또 실리적 차원에서도 미기업들의 중국내 프로젝트가 1만6천건이나 되고 실제투자액만도 70억달러에 이를 만큼 중국시장의 잠재력과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무역 선전포고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이 근년들어 아.태세력의 일원임을 표방하고 중국이 이 지역의 지도국으로 부상、 상호협력이 절실해지고 있다는 현실도 지재권분쟁으로 인한 판국 만은 피해보려는 클린턴행정부의 의지를 더욱 굳혀준 요인이 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현실과 협상을 통한 해결의지가 교직되고 상승작용을 빚으면서 양국은 결국 벼랑끝의 타협을 이룬 셈이다. 하지만 바셰프스키대사도 이날 회견에서 밝혔듯이 미행정부는 다음 목표가 중국의 서비스 및 통신시장임을 적시함으로써 이번 합의가 중-미간 또다른 무역마찰을 잉태하는 서곡이 될 것이라는우려를 낳고 있다. <베이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