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플의 경영 전략 고민

세력을 키울 것인가、 실리를 챙길 것인가.

애플컴퓨터사가 양립하기 어려운 두가지 명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애플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고민의 뿌리는 직접적으로는 지난해의 영업 실적이 부진했다는 데 있다. 시장조사 회사인 IDC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세계 PC시장 점유율은 8.1 %. 93년의 9.4%보다 1.3% 포인트 하락했다.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노트북 컴퓨터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93년10.5%였던 애플의 점유율은 지난해 7.8%로 곤두박질쳤다. 애플의 제품이 경쟁 업체 제품보다 비싼 것이 1차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도 경쟁 업체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앞으로 상당기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애플을 난처하게 만들고있다. 실제 파워 PC칩을 채용한 애플의 "파워맥"만 하더라도 파워PC 칩이 동급의 펜티엄 칩보다 트랜지스터 수가 적고 크기도 작아 경쟁 업체들의 펜티엄 PC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상당히 앞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실은 그 반대의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출하 초기, 가격 경쟁에서 앞서던 파워맥이 현재는 펜티엄 PC보다 5백~1천달 러 가량 높은 가격을 형성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것.

이같은 상황의 역전은 이달 초 인텔이 펜티엄칩 가격을 최고 39%나 인하한 데다 경쟁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 우위에 서기 위한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고있는 데 기인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그동안 호조를 보여온 파워맥의 판매가 상황 의 변화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점유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애플의 입지가 더욱 좁아들 수있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일부에선 애플의 지금까지의 경영 전략을 "실리를 대가로 세력을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순익을 유지하기 위한 고가 전략、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고마진 전략이 점유 율 하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은 시장 점유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익률(매출에서 순익이 차지하는 비율)과 순익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PC 업계의 가격인하 경쟁이 거세 90년 이전의 50% 안팎의 수익률을 유지할 수는 없게 됐지만 애플은 지금도 25%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 경쟁 업체를 훨씬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까지의 95회계연도 1.4분기 수익률은 29%로 이전의 24%보 다 5%포인트나 높아졌다.

95 회계연도 1.4분기 순익은 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4배인 1억8천8백만달러 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파워맥이 경쟁 제품에 비해 우세한 경쟁력을 확보、 판매가 호조를 띨 당시의 실적이어서 최근의 역전된 상황에서도 이같은 절대 순익의 증가를 낙관할 수 있는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애플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격경쟁력의 열세를 만회하지 못한다면 고객의 이탈이 속출할 것이고 그 결과 시장 판세에 민감한 응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또 장기적으로는 순익 증가도 낙관할 수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따라서 가격 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애플이 이달들어 고가 하이엔드 노트북 컴퓨터인 "파워북 500" 모델의 가격 을 최고 17% 인하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입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이해된다. 그러나 IBM、 컴팩 등 경쟁 업체들이 이보다 앞서 노트북 컴퓨터의 가격 인하를 발표한 터여서 애플의 발표는 시장 점유율 확대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들은 따라서 애플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의도가 있다면 조만간 이보다 광범위한 제품군에 대해 가격 인하가 있어야 할 것이며 실제 그럴 가능성이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맥 운용체계(OS)의 잇단 라이선스 계약 체결이 실리보다 세력을 추구하겠다는 애플의 전략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이들은받아들이고 있다.

고가 전략과 독자 노선을 고수해온 애플의 변신이 주목된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