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술제전"이라고 불리는 "ISSCC 95"(95년도 국제고체회로회의)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이번 ISSCC에서는 멀티미디어사회의 도래를 눈앞에 두고 메모리및 통신분야 에서 기가(G)비트급 처리능력을 가진 반도체소자의 발표가 줄을 이었다. 또한 휴대형 단말기(PDA)를 겨냥해 반도체소자의 소비전력을 낮추는 기술도 하나의 새로운 조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ISSCC를 특징짓는 키워드는 "기가(G)"라고 할 수 있다.
메모리분야에서는1G비트의 용량、 마이크로프로세서(MPU)분야에서는 1GIPS (1초당 10억회의 명령실행)、 통신분야에서는 초당 1G바이트의 정보전송이 실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ISSCC에서 보고된 이들 연구성과는 모두 멀티 미디어사회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며 기가(G)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 주목을 끈 것은 메모리분야다. 일본의 NEC와 히타치제작소가 세계최초 로 1GD램 시험제작품을 발표한 것이다.
NEC와 히타치가 시험제작한 1GD램의 개발개념은 크게 다르다. NEC의 경우는화상정보등의 멀티미디어데이터를 일시적으로 보관해두는 메모리로 상정한데 비해 히타치제작소의 1GD램은 컴퓨터의 심장부인 MPU와 함께 결합해서 사용하는 주메모리로서의 이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의 차이는 축적된 데이터를 읽어내는 속도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1비트의 데이터를 읽어내는데 필요한 시간은 NEC의 경우 1백50나노초이 고 히타치는 30나노초이다. 컴퓨터의 주메모리로 사용하는 데는 속도가 생명 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읽기속도가 느린 NEC의 소자가 히타치의 것에 뒤진다고 볼 수는 없다. G급의 D램이 실현되는 시대에는 메모 리의 용도가 다양해져서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제품 사양도 각양각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D램뿐만 아니라 대용량메모리를 개발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칩의 크기다. 칩의 크기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2백56MD램 4개를 연결해서도 충분히 1GD 램의 용량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말기에 메모리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양이 많은 멀티미디어기기 에는 고집적메모리가 필수적이다.
칩의 크기를 줄이는데 있어서 관건은 역시 미세가공기술이다. 2백56MD램이 0.25미크론의 가공을 필요로한데 비해 거의 같은 칩크기의 1GD램을 실현하는 데는 0.15미크론의 초미세가공이 요구된다.
이정도의 미세가공에는 현재의 적외선및 X선에 의한 노광방식대신에 전자선 을 이용하는 쪽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자선은 세밀한 회로패턴을 하나하나 그려나가기때문에 지금까지의 노광기술에 비해 생산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NEC의 시험제작칩은 이미 확립된 0.25미크론가공기술을 사용해서 제작한 것으로 칩이 약간 크다. 한편 히타치는 전자선에 의한 0.16미크론가공기술을이용 실용화단계에 가까운 소형칩을 제작했다.
또한 이번 ISSCC에서 눈길을 끈 것은 저전압으로 작동해 소비전력을 대폭적 으로 절약할 수 있는 절전칩의 발표다. NEC는 이번 회의에서 다섯건의 논문 을 발표했는데 이중 한건이 D램이었고 나머지 4건이 저소비전력칩기술에 대한 것이었다.
한편 도시바는 LSI에 자주 사용되는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회로의 소비전력을 2분의 1이하로 줄이는 기본기술을 발표했다. 이들 양사의 기술에서 공통되는 점은 칩을 구성하는 트랜지스터가 전류의 "ON" "OFF"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전압설정을 더욱 세밀하게 했다는 것이다.
반도체칩의 저소비전력화는 직접적으로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휴대형단말기에이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컴퓨터、 통신기기의 에너지절약화의 관건을 쥐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번ISSCC를 계기로 "기가의 시대"와 "저소비전력화"를 향한 개발경쟁에 서서히 불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