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반도체업체간 협력 확대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산업의 역사는 경쟁과 분쟁으로 점철되어왔다. 세계 반도체산업의 양대산맥인 이들은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가능한한 모든 수단 을 사용해왔다.

이들은 때로는 덤핑을 통한 가격파괴로、 때로는 정부를 앞세워 무역압력으로 상대방을 공격했다.

그러나 이러한 치열한 공방의 뒤편에서는 협력관계가 진전되고 있다. 그동안서로를 적으로 생각했던 양국 반도체 업체들은 "적과의 전략적 제휴"를 암암리에 추진해왔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사와 일본의 히타 치제작소의 제휴다.

TI와 히타치는 지난해 여름 5억달러를 들여 미국에서 반도체 메모리 합작회 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미.일합작공장이 미국에 세워지는 것은 이것이처음으로 주목을 끌었다.

사실 이들 업체는 지난 88년부터 D램을 공동으로 개발, 두터운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또 미국의 반도체업체인 LSI로직과 일본 소니사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LSI가 소니에 주문형 칩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칩은 소니의 32비 트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의 핵심부품이다.

도시바와 IBM의 제휴관계도 오래되었다. 지난 92년 도시바와 IBM、 그리고 독일의 지멘스사는 차세대 반도체인 2백56MD램을 공동으로 개발、 생산하기 로 했던 것이다.

이밖에도 이들 3사는 지난해 5월 제2세대 64MD램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그동안 도시바가 독자개발한 것과 IBM、 지멘스가 공동개발한 64MD램기 술을 공유한다는 것이었다.

그밖에 현재 도시바-모토롤러、 후지쯔-어드밴스트 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 가 합작생산을 하고 있으며 인텔과 샤프사도 생산제휴를 맺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업체간에 이처럼 협력이 늘어난 것은 순전히 전략적 차원이다. 즉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산업에서 한 업체가 모든 종류의 반도체를 설계.생산.판매까지 할 수는 없다. 반도체 종류도 나라마다、 그리고 기업마다 전문화되고 있다.

이제하나의 반도체는 적어도 두개 기업이상의 공동작품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산업에서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간 제휴는 오히려 당연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의 협력이 늘어나는 것은 투자위험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나온다.

현재첨단 반도체 공장을 하나 세우려면 적어도 5억에서 10억달러의 자금이 든다. 이같은 거액의 자금을 혼자서 투자할 수 있는 회사는 인텔사말고는 거의 없다.

따라서 반도체업체간 제휴에 의해서만 대규모의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한편 이같은 제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근거로 미국과 일본간에는 아직까지도 반도체와 관련한 무역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아직도 미국의 반도체업체는 일본이 반도체시장에 각종 장벽을 쌓고 있다며 외국업체의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30~40%로 올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이들간의 제휴는 일시적인 것이며 상황이 바뀌면 언제 다시 적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에서도 미국과 일본 반도체업체의 제휴는 계속 늘어나고있으며 반도체산업이 성장하고 첨단화 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