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무역 역조조정 문제를 비롯하여 국내시장 개방등 굵직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현안으로 거론되어 오던 수입선다변화품목 조정문제가 최근 또 다시심도있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연초에도 수입선다변화 시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한 바있고 또 최근엔 정부당국자가 이 문제와 관련해 보다 구체 적인 추진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그동안 여러차례 거론되어 오던 수입선다변화제도는 이제 본격적인 수술대위에 오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최근통상산업부 차관이 전자업계 대표와 가진 간담회에서 밝힌 수입선다변화 시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대충 이렇다.
그동안 대일무역역조를 개선키위해 시행해 온 수입선다변화제도는 WTO출범으 로 전반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고 이에따라 10년이상 수입선다변화 품목으로 보호를 받았거나 독과점인 품목、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지 않는 제품등을 우선적으로 수입선다변화 품목에서 해제하겠다.
또 생산제품중 60%이상을 수출하는 수출주력상품이거나 5년이상 수입선다변화 품목으로 보호를 받아온 제품도 대부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이들 품목에대해서도 다변화해제를 검토할 것이다. 정부는 이를위해 오는 6월말까지 "수입선다변화철폐 4개년계획"과 같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해 나갈 방침이라는 것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와 레이저빔프린터(LBP) 엔진등 그동안 전자업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돼 온 품목을 우선적으로 수입선다변화 품목에서 해제해 나가되 이를 단계적으로 전품목으로 확대해 나가며 또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지 않는 부품.장비등 자본재 성격의 전자.전기 제품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해제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일반소비자들과 직결된 소비재 품목에 대해서는 품목별로 선별적인 해제조치를 강구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상태에서 수입선다변화 품목을 전면 해제하거나 일반 소비자들과 직결된 전자제품까지 해제할 경우 국내전자산업은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를 맞을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일본등 선진국들이 대한 기술이전을 기피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일본제품이 국내시장에 직접 상륙할 경우 일본의 대한 기술이전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VCR、 캠코더、 팩시밀리 등 현재 일본 브랜드가 세계시장을 독점하다 시피 하고 있는 몇몇 제품은 수입선다변화 해제와 동시에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핵심기술과 주요부품은 거의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그동안 몸부림쳐온 국산화 개발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국내소비 행태에 비추어볼때 일본제품의 국내시장 잠식은 시간문제가 될가능성이 높으며 그 부작용도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또 수많은 중소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 우려도 큰 문제다. 이밖에 지난해 전자부품의 대일무 역적자액이 20억달러를 넘어선 상황하에서 우리나라의 대일무역적자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전자제품의 수입선다변화 해제여부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기술 또는 부품의 대일의존도와 국내업체들의 경쟁력 확보여부를 감안해야 한다. 또 대일무역역조에 미치는 영향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가전제품에대한 수입선다변화 해제는 유통시장 개방과도 맞물려 있을뿐 아니라 국내소비자들의 대일본 상표 인지도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되어져야한다. 수입선다변화제도와 관련、일본측이 WTO에 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우리나라 가 매우 불리해 진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정부나 업계 모두가 WTO출범이라는 대변화 추세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하지만 서둘러 대일수입장벽을 풀어헤칠 경우 보다 심각한 문제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 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이번 수입선다변화 품목 해제 검토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대일통상문 제로 대두된 것도 아니고 우리 정부가 스스로 수입선다변화 품목을 대폭 해제하는 데 대한 뚜렷한 반대급부도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WTO출범이라는 대전제가 그 이유라면 정부는 수입선다변화 품목을 해제하는 데 앞서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자생력을 어떻게 심어주고 일본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것인가하는 분명한 청사진을 내놓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