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디지털 이동통신서비스 분야에 무선통신 강국인 미국을 앞서갈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유럽이라는 지역의 독특한 환경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지형적인 여건에서 유럽은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미국보다 훨씬 열악하다. 국토의 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존의 아날로그 이동전화 서비스의 한계가 일찍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동전화 수요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은 우리나라와 대단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엄청나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디지털로의 전환이 었던 셈이다.물론 디지털로 전환할 경우、 무선 데이터통신 분야에 응용이 쉽다는 점도 고려됐다.
유럽이 디지털 이동전화 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은 80년대 중반이다.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는 4년전인 91년에 개시됐다.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이라는 범유럽 이동통신 표준 은 결국 통화 적체 해소라는 기본 목적은 물론이고 유럽연합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단일 시장을 형성、 낮은 가격에 품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GSM은 기존 아날로고 셀룰러시스템의 단점을 대부분 극복한 기술로 평가받고있다.특히 가입자 수용용량에서 엄청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무선 데이터부문 통신분야에서 대단한 효험을 보고 있다. 디지털화 된 GSM네트워크를 통하게 되면 기존 아날로그 시스템에서 필요 한모뎀등의 부가장치가 필요없게 돼、 무선 데이터통신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GSM셀룰러 사업자중에는 옵션사항으로 데이터 전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예를들어 SMS(Sho-rt Message Service)라는 무선데이터통신 서비스는 GSM의 규격을 따르는 "양방향 데이터 무선호출서비스"로 단말과 단말간을 최대 1백 50바이트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또 회선 교환방식의 데이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도 있다. 현재 독일이나 영국에서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기지국과 기지국간의 이동에 따르는 통신 장애현상을 해결한 첨단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는 데 셀룰러 가입자간에 최대 2만2천8백bps의 전송속도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GSM네트워크상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터통신 서비스의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디지털 이동통신분야에서 유럽의 성공은 최근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방식 의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입장에서 반드시 눈 여겨 봐야할 대목이 있다.
바로 시장의 규모와 기술 응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GSM이라는 유럽 단일 규격의 신기술을 도입하는 치밀함이다.
유럽의 이동통신 산업의 부흥의 밑바탕에는 시장을 전제로한 기술개발이라는 치밀함이 숨어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중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GSM을 차 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압력에 노심초사하던 유럽의 통신시장은 이제 GSM이라는 디지 털 이동통신 기술을 앞세워 제2의 세계 제패를 꿈꾸고 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