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소형가전제품의 국내시장 잠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다각 적인 경쟁력향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산 소형가전제품의 입지가 크게 약화 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국산품 출시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커피메이커의 경우 외산제품이 95 %를 차지、 국내시장을 거의 독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필립스가 전년대비 90%나 신장한 13만5천대를 판매、 점유율도 13%포인트 상승한 67.5%에 달했으며 브라운 역시 4만2천여대를 판매、 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밖에미국산 미스터 커피、 중국산 시티하우스、 독일산 에마이데등 다양한 외산 제품이 국내시장을 사실상 거의 장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산제품의 점유율이 40%수준인 다리미와 면도기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면도기 나 다리미에 비해 국산품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드라이어도 전문업체만 겨우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도다.
이는 1조원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소형가전시장에서 외산제품의 공세가 갈수 록 거세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전기면도기、 다리미、 커피메이커에 이어 드라이어、 여성용 면도기、 이발기등 이.미용기기와 다용도 식품가공기、 토스터등 주방기기도 내수시장 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물론 국산 소형가전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유통시장 개방으로 우려했던 국내시장 외산지배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외산제품의 입지강화는 국산제품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 향후 국산 소형가전 제품의 연쇄적인 "도미노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국산 소형가전 이 안방에서 조차 설땅을 잃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소극적인사업의지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 OEM 구조에 근본 원인이 있다.
지난해 가전3사가 소형가전부문에서 올린 총 매출은 기껏해야 4천억원선에 불과했다. 이같은 실적은 가전3사의 전체매출 규모를 감안할 때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소형가전부문이 여전히 대리점의 구색상품 사업정도로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따라 업계의 소형가전사업에 대한 투자역시 타부문에 비해 현격한 차이 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획과 생산이 이원화된 OEM 사업구조는 국산 소형가전의 경쟁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소형가전업체들 은 틈새시장(Nitche Market)을 아이디어 상품으로 파고드는 일본 트윈버드사 의 독특한 경영전략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도 얼마전부터 속속 선보이고 있는 액정컬러 TV와 라디오가 결합된 다용도 랜턴、 차량용 냉온장고、 야외용 조리기기、 휴대용 샤워기 등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내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동안 가전3사를 비롯한 주요 소형가전업체들은 품질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지도 강화、 품질관리제 및 각종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단기간에 품질이 향상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디자인이나 소재개발에 대한 투자도 미흡해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오래전부 터 소위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을 해오고 있는 필립스、 브라운、 물리넥스등 외산브랜드에 맞서기는 버거운 실정이다. 중국、 멕시코산등 저 가 제품의 반입으로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것도 해결해야할 과제 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국내업계는 아이디어상품을 특화하고 있는 트윈버드사와 같은 마케팅전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신상품기획에 반영、 개발단계에서 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품질관리를 하지 않고는 국산제품이 설자리를 잃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국내 소형가전업계는 외산제품의 무차별 공세에 더이상 밀리지 않도록 공동 의 방어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