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먼저 꼽을 수 있는 대만 PC산업의 인물은 컴퓨터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 을 개발하는 대만 링크사의 장명정사장이다.
장사장은 타이베이의 보인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에는 뉴욕의 소프트웨어회사에 근무、 기술자로서의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따라서 장사장의 몸에는 미국의 소프트웨어기술이 강력 하게 배어있다.
그후 장사장은 일단 대만에 건너와 휴렛 패커드(HP)사의 현지법인에서 제품 개발 등에 참여한 후 89년에 독립해서 링크사의 전신인 트렌드사를 설립、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거지를 뒀다.기술도 시장도 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에 거점을 두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수 등의 방법으로 대만및 일본의 거점을 정비한 것은 그후의 일이다.
일본과 대만의 개발팀은 시장에 맞추어 조작화면등의 유저인터페이스부분을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영어표시를 일본어나 중국어로 바꾸는데 그치지않고각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들어일본시장 수출용제품의 경우는 일본에서 개발하는 비율이 80%에 달하고 있다. 지역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시킨 것이 프로그램의 사용을 편리하게해 경쟁력 을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해에 시판한 최신제품의 경우는 바이러스의 침입 을 체크하는 기능부분을 NEC가 1백만대의 PC에 탑재해 판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 94년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54.6%증가한 1천5백만달 러를 기록했다.
장사장은 지난 93년 주거지를 미국에서 주력시장인 일본으로 옮겼다. 현재가족과 함께 도쿄에서 살고 있다. 대만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처럼 필요에 따라 활동거점을 빠르게 옮길 수 있었던 것도 사업의 가속화 에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장사장은 "앞으로 아시아지역의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이 할 것"이라며 중국어와 영어에 이어 일본어공부에도 열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지역별로 워드프로세서등의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에서 특기분야를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커나갈 수 있었으나 앞으로 미국의 대형업체들이 워드 프로세서나 표계산、 데이터베이스등의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모은 통합소프 트웨어를 저가격으로 판매하게되면 특정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들게 될 전망이다.
더욱이 운용체계(OS)분야에서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압도적 점유율 을 차지하고 있어 OS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의 틈을 파고들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성장은 힘들다는 것이다.
링크사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틈새를 노린 전형적인 예다.
링크사는 이외에도 미국과의 네트워크를 확고하게 구축해 최첨단기술을 도입 하는등 아시아의 최고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한편 대만PC업계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어구인 "의천도용"이란 말을 그대로 회사명으로 옮긴 업체가 있다. 바로 중국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이텐시스템이다. 이텐시스템의 특장분야는 "중국어DOS"라른 소프트웨어다. 이분 야에서는 동사의 제품이 대만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이텐시스템을 설립한 창업멤버중의 한사람이며 현재 사장으로 있는 황삼 씨는 "PC의 하드웨어는 에이서등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어 신규참여의 기회가 거의 없지만 소프트웨어분야라면 커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동사의 창업 동기를 밝혔다.
대만 PC산업의 약진을 주도해온 에이서의 시진영회장이나 마이택의 후청웅부 회장은 이미 40대후반에서 50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황사장등 젊은 세대는 주요업체들이 이미 굳건한 아성을 쌓고 있는 하드웨어분야가 아닌 소프트웨어분야로 눈을 돌렸다.
이텐시스템사가 자랑하는 분야는 한자분야이다. 중국어소프트웨어는 한자수 가 많아 표준만해도 1만3천자가량 된다. 또한 지역마다 발음이 다르기때문에발음을 기초로 입력하는 방법뿐 아니라 부수등으로 입력하는 방법등 입력방식이 줄잡아 6가지나 된다. 중국어 DOS시장의 경험을 통해 이같은 다양한 입력방식및 많은 한자를 사용하는 기술을 축적한 셈이다.
한자를 취급하는 기술은 대만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등 한자문화권에서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텐사의 지난 94년도 매출액은 약35억6천만엔이며 이중 85%는 대만에서만 벌어들인 것이다. 황사장은 향후 매출액을 더욱 늘리기 위해서는 대만외 지역에서의 판매에도 노력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황사장은 자사의 주특기인 한자기술을 살려 우선 일본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또한 중국에도 투자를 해일본및 미국.유럽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한자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에는 한자를 다루는 기술이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황사장은 "아직 중국은 구매력이 낮고 저작권도 확립되지않은상태여서 시장이 성장하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거대한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시장이라는데는 모두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대만기업、 그중에서도 중국어시스템분야에서 많은점유율을 지니고 있는 이텐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대만에서 판매되고 있는 PC OS인 "MS-DOS"의 중국어판에는 이텐의 한자 입력소프트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86년 이텐사의 설립당시 6명이었던 사원은 현재 3백25명으로 늘어났고 매출액도 지난 86년의 8천8백만엔에서 40배에 이르는 약 36억6천만엔 정도로확대됐다. 황사장은 올해는 PDA등의 신제품도 시판하는등 또 한번의 고도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대만의 이텐"에서 "아시아의 이텐"으로의 탈바꿈을 꾀하고 있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