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삼성전자.한화전자정보통신.대우통신.LG정보통신 등 국내 교환기4 사가 미국이 AT&T사의 신형 전화교환기(모델명 5ESS-2000) 판매를 허용해달 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미국측의 처사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나서 앞으로의 사태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이들 교환기 4사는 미국정부의 요구가 상대국의 주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 지난달 7일 USTR(미무역대표부)측이 한국측에 대해 교환기 등 통신장비 의 인증절차에 대한 불만을 거론한데 이어 우리정부를 직접 방문해 미 AT&T 사의 신형 전화교환기의 인증절차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미의일개회사 AT T사 문제를 정부 대 정부차원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국제관례나 상식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통신과 AT&T사간 일개회사끼리의 문제를 놓고 정부차원 에서의 논의로 비화시킨데는 몇가지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 업계측의 지적이다. 먼저 우리나라 최대 통신업체인 한국통신이 정부투자기관이기 때문에 한국통신측에 신형교환기의 입찰보장요구를 하는 것보다 정부차원에서 이 문제를 집중거론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훨씬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다시말해 미국은 신형교환기의 입찰보장요구를 정통부에 공식적으로 거론、 정통부가 한국통신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점을 이용해 AT&T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은 미국측이 새로 개발한 5ESS-2000의 기능이 ATM、 ISDN、 지 능망 무선통신 등의 기능이 많이 추가돼 국내업체가 오는 9월경에 선보일 TDX-10의 개량형보다 한발앞서 국내 교환기 시장을 독식하겠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한국통신이 신설하는 회선은 대략 11만8천회선、 금액면에서는 3백억원 선으로 비교적 적은 물량인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정부측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있는 것은 미국측의 의도가 무엇인지 간접 증명해주고 있다.
다음으로는 현재 한국통신 등 정부투자기관으로 국한된 조달협정대상기관을민간기관까지 확대키 위한 전초전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측은 AT&T사의 문제를 집중거론해 정부가 이달말까지 문제를 해결해 줄 경우에는 이를 국내 통신시장 개방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만약 정부가 AT&T사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경우 한국의 조달시장이 지나치게 규제가 심하다는 점을 여론화해 문제점으로 부각시켜 자국 기업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복선을 깔고 있다.
요컨데 미국의 이번 요구는 정부측에 대해 국내 통신시장의 개방압력을 지속 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시발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측이 지난해 10월 5ESS-2000기종에 대한 구매인정을 한국통신에 신청、 올해말에 가서야 인증이 끝나 사실상 올해안에는 국내 업체들과의 입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으로 부각시킨다는 것은이를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국내 통신시장의 선점권을 미리 확보해 국내업체들과의 경쟁을 뿌리치겠다는 점도 한 이유다.
즉 미국은 AT&T사의 신형 5ESS-2000기종이 올해 구매입찰에 참가할 경우 국내 업체들이 올 9월경 선보일 TDX-10개량형보다 한발 앞서 국내 시장을 잠식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더욱 미국 AT&T사의 5ESS기종은 이미 생산이 중단된데다 그간 한국통신이 AT T사의 5ESS의 구매시 서류심사나 기자재심사절차 등을 생략했다는 약점을 이용해 국내 교환기 시장을 미국의 의도대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숨은 뜻이있는 담겨 있다.
어쨌든 미국측이 우리나라에 대해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AT&T사의 신형 전화교환기의 인증문제는 앞으로 정부측이나 관계당사자인 한국통신의 대응방안이 어떻게 나타날지 관련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 조차도 관심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김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