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품 해외과당경쟁 지양해야

국내 가전3사가 해외시장에서까지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을 일삼아 물의를 빚고 있다. 그것도 수출단가를 낮추어 경쟁회사의 거래선을 빼앗는 이전투구식 싸움을 벌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과당경 쟁은 업계의 건전한 경쟁구도를 해칠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해외 거래선에 실익을 넘겨주는 국가적 해악행위라는 점에서 근절돼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거래선을 가로채는 사례가 아직도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례로 TVCR의 경우 국내업체끼리 경합으로 서킷시티、 월마트등 미 유통업체들에 엄청난 실익을 안겨주고 있다. 대당 공급가가 무려 10달러정도씩 낮아졌기 때문이다.

컬러TV와 냉장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당 1백30달러에 공급되던 13인치 TV가 국내업체끼리의 경합으로 수출가격이 크게 낮아졌으며 일본으로 수출하는 1백50리터급의 냉장고는 경쟁업체보다 1천5백엔 싼 1만1천5백엔에 공급권 을 빼앗은 사례도 있다.

미톰슨사에 RCA브랜드로 납품되는 VCR는 한 업체가 20%정도 싼 가격을 제시 、 공급권을 가로챈 적도 있다.

특히 일본시장에서는 국내 가전업체들간의 저가공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산 다음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해오던 한국산 소형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의 가격이 현지에서 가장 싼 중국산제품 수준으로 하락、 수출마진이 크게떨어지고 있다.

국내 가전3사들이 이같이 과당경쟁을 벌이는 데는 내수시장의 성장한계를 해외시장개척을 통해 해결해 보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지만 업계의 채산성악 화는 물론 산업기반까지 뒤흔드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비정상적인 판매구조와 거래선 뺏기가 근절돼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있다 물론 이같은 과당경쟁은 외국업체들에 의해 부추겨지기도 한다. 외국유통업체들이 더 나은 조건으로 제품을 공급받기 위해 거래선들에 구매정보를 흘려 경쟁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전자제품 수출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살깎기식 과당경쟁 사례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외국수입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이 통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헐값에라도 수출규모를 불려야 한다는 가전업계의 무모한 판매전략을 먼저 수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전업체들의 정상적인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국산제품에 대한 브랜 드이미지 제고와 국내 전자산업의 성장기틀마련을 주도해야 할 가전3사가 해외시장에서 무모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것은 어떤 명목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가전업체들은 해외 거래선을 밝히기 꺼리고 있다. 경쟁업체가 언제 자사거래 선을 가로챌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 현지주재원들이 시장개척과 판촉활동에 쏟아야 될 시간과 노력을 거래선 단속에 뺏긴다면 그것은 국가적인 손해가 아닐 수 없다.

해외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상대는 일본업체들이다.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은 더이상 우물안 개구리"식의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

가전3사의 부당한 경쟁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규제조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상거래질서를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업체들끼리 자체 규약을 만들어 규정을 어기면 불이익 이 돌아가도록 조치해 놓고 있다.

가전3사가 모두 망하는 과당경쟁를 할 게 아니라 함께 흥할 수 있는 떳떳한 공정거래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 국내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상호비방전 이나 가격인하경쟁을 해외시장에서도 그대로 답습한다면 그것은 다함께 죽는 길 뿐이다.

내년 7월1일 유통시장의 전면개방을 앞두고 가전업체들이 힘을 합쳐도 모자 랄 판이다. 무모한 경쟁으로 외국업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는 산업경쟁력 확보차원에서도 반드시 근절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