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형 TV 개발 목표

얼마전까지만해도 미국의 전화회사와 CATV업체의 합병.연합이 세계의 추세인 듯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 정부의 규제완화로 전화회사나 CATV업체는 상대방의 영역을 어떻게 하면 침식하나 하는 생각밖에 없다.

작년에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ITV(대화형TV)시험방송에 착수했으나 소비자들 은 극히 냉담했다. 예를 들어 로체스터전화회사는 아파트 52 가구를 대상으로 ITV실험을 실시했으나 소비자들은 전혀 무관심했고, 오히려 비디오점에서테이프를 빌려가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플로리다주올란도에서 실시할 예정이 었던 타임워너사는 그들의 실험을 연기하고 있으며, AT&T, GTE등도 모두 계획을 철회했다.

ITV는 멀티미디어의 중추적인 기능을 가진 것으로서 현재로서는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아무도 없다.

미국의 포리스터 리서치사는 가정에 ITV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평균 1천7백달러의 시설투자비가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은 월 10달러이상은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충분한 기능을 가진 ITV망이 실용화되어 전자쇼핑업을 하는 상인, 광고주, 정 보서비스업체가 그들의 매상을 늘리기 위해 경비를 부담한다면 모르겠으나, 순전히 소비자가 모든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면 ITV사업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ITV망이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고 기업가의 희망으로서만 머물러있는 한, 그와 같이 많은 투자비는 아무도 부담하려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누가 ITV망의 구축을 위해 선행투자를 할 것인가가 현안으로 남는다. ITV가 설치되어 충분한 기능을 갖는 VOD가 실시될 경우, 소비자들은 TV화면 에 비친 메뉴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앞뒤로 돌리면서 마치 VCR를 조작하듯 영화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하여는 CATV국과 소비자 사이에 양방향 신호통로를 설치해야 하며, CATV국에는 슈퍼컴 퓨터와 거대한 기억장치를 설치하여, 소비자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프로그램 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설비투자가 막대하게되어 가구마다 평균 1천~1천5백달러의 TV시설에 2백~3백달러의 가정용 세트 톱이 추가되어야 하므로 경제성에 의문을 야기하게 된다. 그렇다면 미국의업 체들은 ITV를 중단한다는 것일까.

소비자의 선택이 좁아지기는 하나, 수천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보다 인기있는 필름만을 준비하여, 비록 방향성이기는 하지만 이를 계속반복적으로 재생 송출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8개의 채널로 2시간짜리 영화를 15분 간격으로 보낸다면 거의 VOD에 가까운 NVOD(Near VOD)가 될 수 있다.

NVOD는많은 채널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설립하는 것으로서 아날로그로서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이라면 세트톱만 가정에 설치하면 해결이 될수 있으므로, CATV망을 모두 디지털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지만 ITV보다는 훨씬 경제적인 가구당 2백50달러의 세트톱만 설치하면 된다. 이 방법이 대부분의 미국업체가 생각하고 있는 준ITV방식이다.

현재의 비디오 렌털이 ITV서비스의 경제적 타당성을 말해 줄 수 있는 지표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3명중 1명이 1개월에 1편의 비디오를 빌려본다. 이러한 현실 아래에서 일반서민이 과연 ITV가 실시될 때 얼마만한 경비를 지불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더 검토되어야 할 과제로 대두된 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고속정보통신망은 각 기업의 동시병렬설계등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바 있는데 이 시점에서 보면 그의 예언이 적중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ITV개발계획은 어떠한 배경으로 추진되었을까. 21세기 를 바라보고 기본기술을 축적하여 놓는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대한 앞으로의 목표가 명백해야 한다. 산업측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손쉬운 VOD와 같은 가정용을 우선으로 할것인지 다시 한번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알 수 없으나, 값비싼 슈퍼컴퓨터와 대형 기억장치를 외국으로부터 도입하면서까지, 단순히 가정용을 위해 이를 개발 하거나 설치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