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케이블TV업계, 중남미 진출 "러시"

미국 케이블TV업계의 남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남미국가들의 정치.경제.사회적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케이블TV업체 들이 이 지역에 대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투자 적지로 평가받았던 이웃 멕시코만 해도 지난 2개월동안그간의 명성(?)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살리나스 전대통령이 망명길에 오르는 등 정정은 불투명해 지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페소화가 폭락하는 등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속에서 외국 투자업체들의 발길을 본국으로 돌리게만들었다.

이러한 와중에 이를 아랑곳 않는듯한 몇개의 계약이 이루어져 업계 관계자들 의 관심이 중남미로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케이블TV업체인 C-텍사가 8천4백만달러를 투자、 멕시코 2위의 케이블TV업체인 메가케이블사의 주식 40%를 매입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곧바로 남미의 칠레에서 다시 한번 업계 관계자를 놀라게 하는 소식이 이어 졌다. 칠레의 전화 및 케이블TV업체인 VTR사 주식의 40%를 미국의 지역벨사 인 SBC커뮤니케이션즈(구사우스 웨스턴 벨)사가 3억1천7백만달러를 들여 매입한다는 것이었다.

관계자들조차 놀라게 한 최근에 이루어진 전격적인 합작들에는 적어도 3가지 점에서 배경 설명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첫째는 케이블 및 위성TV를 포함하는 중남미 유료TV시장이 가히 폭발적인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이 지역의 미디어 및 통신업계에 대한 규제완화가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주로 이 지역에 프로그램 공급을 아끼지 않는 등 투자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있는 미국업체들에 관한 것인데 이들 미국업체들이 프로그램을 무차별적으로 공급하는 데는 가정용 멜로드라마에 익숙한 이 지역 시청자들의 시청습관을 뒤흔들어 놓겠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부분 중남미 국가들의 케이블TV 가입자 증가율은 20%를 훨씬 넘어섰고 특히 브라질의 80% 증가율은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성장의 여지가 매우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 미국업체들로 하여금 군침을 흘리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블TV 가입가구 비율이 50%에 달하고 시장규모가 15억달러에 이르는 등 케이블TV 시장이 만개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멕시코 등에서의 몇몇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향후 10년내에 이 지역 케이블TV 시장의 성장률은 두자릿수가 되리라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오딧츠 앤드 서베이사가 조사한 대로 남미 가정의 절반 정도가 전화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TV보유율은 90%에 달하고 있고 이중 단지1 6%만이 케이블TV에 가입해 있는 것등이 성장 잠재력의 반증이라는 것이다.

시장의규제완화와 관련해 통신관련 컨설팅업체인 미국의 피라미드 리서치사 는 멕시코 등 몇몇 중남미국가들이 미국의 요구보다 오히려 앞서서 케이블TV 시장 개방을 주장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 시장개방에 따른 대비를 해온 것이다.

시장이 자유화되자 지난 11월 멕시코 전화시장을 독점해온 텔멕스는 멕시코 의 거대 미디어업체인 텔레비자사계열의 케이블비전사 주식 절반을 2억달러 에 매입하는 등 본격적인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칠레의 통신시장을 독점해온 CTC 또한 이 지역의 케이블TV업체를 5천만달러 에 인수하고 시장개방에 대비하고 있다.

아무튼 중남미 케이블TV시장을 좌지우지할 가장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는 미국의 케이블TV업체들이 이 지역의 여러 방송국들에 대량의 프로그램을 공급 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C-텍이 메가케이블을 인수한 것은 스페인어전용 음악방송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음악전문 채널 "MTV 라티노"를 메가케이블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방송을 시작했을 때 이 지역의 "MTV라티노" 시청가구는 2백만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와 유사한 40개 이상의 케이블TV방송국이 설립돼 벌써 5백 만의 가입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그동안 매체가 부족하다고 느껴왔던 광고주들의 반응도 대단하다. MTV 라티노는 미국의 이스트먼 코닥사 및 코가콜라와 상당한 규모의 계약을 맺기로 했다. 이외에도 미국의 업체들이 MTV라티노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이같은 MTV라티노의 성공은 유사업체들을 양산해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초기 중남미에 진출한 미국의 홈쇼핑 및 스포츠전용채널은 보잘 것 없는 성과만을 이뤄냈었으나 이제 MTV의 성공으로 자극을 받은 업체들이 이 지역에 우후죽순처럼 지국설립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USA네트워크와 폭스사가 "라틴 아메리카"라는 방송국을 설립했고 또 지난해미국 NBC는 멕시코의 아즈테카와 제휴하여 이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CNN도 스페인어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는 멕시코 지국 을 개설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위성TV의 힘을 빌어 미국업체들에게 상당한 이익 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산이 많은 남미지형의 특성상 위성TV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고 이에는 안테나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보이는데 가정용 안테나는 대형 안테나 가격 3천달러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7백달러의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팬암샛과 휴즈사는 이 지역 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수 있도록 위성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업체들의 중남미 진출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필연적인 문화 충돌 현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 미국업체들은 빈부의 격차 가 심한 중남미지역에서 일부 부유층의 청소년들을 목표로 삼고 상부상조할 것을 공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이 지역의 부유한 청소년들은 오락수단 을、 업체들은 돈 줄을 확실하게 확보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윤리적 감상 에 젖어 있기에는 미국의 남하에 대처할 시간적.물질적 여유가 아직은 없는게 중남미 케이블TV시장의 현실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