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개방체제로의 변혁

80년대의 PC산업발전은 산업사에 길이 남아 큰 교훈이 될 사례를 남겼다. 영원히 난공불락의 성으로 남을 것 같던 IBM이 거꾸러지고 IBM의 하청업자였던 마이크로 소프트와 인텔사가 거꾸러진 IBM의 등을 밟고 우뚝서는 변혁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변화의 주요인은 개방체제로의 변혁으로, 이러한 추세를 읽지 못했던 기업은 도태되고 이에 잘 적응했던 기업은 현재 최고의 기업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러한 개방체제로의 변화는 현재 네트워크 비즈니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인터네트관련산업은 개방체제에 의해 생성됐으며 이 체제의 역동성에 힘입어 급격한 성장을 실현하고 있다. 또 현재 정보통신 산업계의 최대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도 이러한 개방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전화서비스를 비롯하여 모든 네트워크 비즈니스에 엄청난 변화가 도래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사업구도가 개편될 것이다.

개방체제라 함은 수없이 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만들어낸 시스템의 부분들이 표준접속에 의해 결합되어 최종제품이 생산되는 체제를 말한다. 60년 대, 70년대의 IBM은 대형컴퓨터를 만들어 낼 때 반도체에서부터 응용소프트 웨어까지 모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생산해 회사 내부에서 결합된 최종제품을 판매했다. 그러나 현재 PC는 수많은 기업들이 상호 호환성 있는 각종 부품을 독립적으로 생산하고 이들이 서로 어우러져 PC가 만들어지고있다. 이같은 경쟁과 협력이 개방체제의 요체다.

개방체제에서는 모든 기업들이 전산업을 대상으로 자신의 부품을 제조하기 때문에 차원높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아울러 동종의 상품끼리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다른 부품업체와는 협력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기술개발을 촉진하게 된다. 또 개방체제에서는 진입장벽(E-ntry Barrier)을 제거할 수 있어 경쟁 체제를 형성하기 쉬우며, 다양한 틈새시장(N-iche Market)의 형성을 바탕으로 계속적인 시장확대를 꾀할 수 있다.

최근 네트워크 산업에서도 이같은 개방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LAN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한 인터네트가 PC산업의 개방체제 에너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폭발적인 성장을 주도하면서 네트워크 산업에 귀감이 되고 있다. 개방된 연구 협력에 의해 개발된 TCP/IP의 기반은 인터네트를 구축하는 데 있어 진입장벽을 제거하여 자생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차원의 규모의 경제은 라우더(Router), 고피(Gopher),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등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있어 최상의 유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고유기술을 바탕으로 타 사업자와 협력하여 시스템 상품을경 쟁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매달 12%씩 성장하고 있는 인터네트의 성공의 비결이다.

이러한 개방체제의 에너지는 이제 네트워크 산업 전체에 파급되고 있다. 통신망과 방송망, 장거리명과 지역망, 유선망과 무선망 간의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에 통신서비스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멀티미디어화로의 기술혁신에 의해 통신망의 물리적 특성에 구애받지 않는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개방체제의 에너지를 혁신적으로 확산시키려는 규제완화도 더불어 진행되고 있다. 국가정보하부구조 또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비전하에 네트워크 산업에 부과되던 각종 규제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전세계에 파급되고 있다. 또 세계정보하부구조의 건설이라는 세계적으로 통일된 개방체제의 구축을 목표로 외교적 노력도 경주되고 있다.

네트워크산업에 도입되고 있는 개방체제는 현재의 산업형태를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전화, 방송 등 수직적 산업분류에서 미래는 네트워크 기반을 이루고정보전송업 이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생성하는 정보유통과 정보제공업, 그리고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제조업 등으로 계층화되는 경쟁적 수평 분업체계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미국 부통령 고어에 의하면 이러한 산업들은 모두 bit를 다루는 "bit indust ry"를 이룰 것이라고 예견돼 있다. 개방체제화된 bit industry에서는 배타적 경영에 의한 진입장벽의 구축보다는 최고기술을 지향하며 타사와의 협력체계 를 형성하는 전략(win-win strategy)의 생존의 기본자세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노벨, 인텔 등은 모두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여 성공한 업체이다.

지난해말 한국을 방문했던 컴퓨터 업계의 황제라고 불리워지고 있는 빌게이츠도 한 연설에서 사업다각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소프트웨어 업체 이므로 이에 충실할 것이며 타사와는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대답한 바다. 이는 개방체제하에서의 경영철학을 대변하고 있으며 bit industry내에 서 취할 경영철학의 모범을 웅변해 주고 있다.

앞으로 네트워크 산업은 이같은 추세에 잘 적응해 나가야 한다. 정책수립의 책임이 있는 정부, 사업을 맡고 있는 기업들은 개방체제화에 대비한 기본철학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누가 IBM이 되고 누가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것이냐 우리나라 네트워크 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개방체제에 대비한 경영전략 및 정책수립에 달려있다.

<데이콤신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