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정보화시대의 공학교육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진입하여, 이제 "지식의 반감기가 5년"인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지식의 팽창속도가 기득 지식의 효용가치를 그만큼 급속히 하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학 4년을 배워두면 그 지식으로 평생을 "먹고 살수"있었던 것은 이제 좋았던 옛시절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범람하는 지식 정보 의 홍수속에 무얼 좀 안다는 것만으로는 이제 별 쓸모가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변화의 현실속에서 공학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20세기가 가져온 대변화의 핵심을 분석하면 크게 세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과학과 기술이 크게 발달했고 그 발달 속도가 가속적이라는 점이다. 둘째, 냉전 종식과 신무역체제 출범 등으로 국제 경쟁이 기술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전자 정보 통신 기술이 크게 발달했고 이것이산업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수반하여 공학교육에도 여러가지 상황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학습해야 할 지식의 양이 크게 증가했다. 제반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게 되어 인근분야들이 공동으로 연구.해결할 필요성이 커졌다. 산업체는 물론 사회생활에까지 기술요소가 깊숙이 파급됨에 따라 인문, 사회, 자연 분야 사람들과 함께 공동협력할 필요가 생겼다. 전자 정보 통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도구들을 활용하여 일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기술 경쟁에 대비한 고도 기술을 창안하기 위해 창의력 개발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이러한 상황변화는 여러가지 상반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이것이 공학교육 전면개편의 계기를 마련해 주게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직까지의 공학교육이 학문분야의 체계적 교육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이제 "산업과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하는 측면에서 이를 재조명해 전면 재구성해야 하겠다. 요구되는 학습내용 들로 "학습 계통도"를 만들고 이에 의거하여 교수중심의 교과목 구성을 학습 내용 중심으로 완전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작은 학과단위를 큰 학부단위로 개편하고 학부간의 경계도 낮춰서 학습 계통도가 연장되고 학제간 교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필요이상으로 세분화된 교과목들을 통합 축소하고 필수 과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교양과목들을 고학년에까지 골고루 편성하고 사회성교과목(경제 경영 환경 법 등)을 교양필수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각 교과목들은 내용구성을 설계중심으로 개편해 해당 설계를 하려면 어떠한 지식들이 필요한지 역추적 해나가는 식의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면 개편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어디까지가 컴퓨터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사람의 영역인가"하는 점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있어서 컴퓨터는 연필이나 지우개와 같은 기본 도구이다. 컴퓨터에게 시킬 수있는 일을 사람이 하는 것은 낭비일 뿐더러 작은 일에 묻혀 큰 흐름을 놓치는 누를 범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을 교수가 일일이 강의하는 것은 따분한 시간낭비일 뿐이다. 기존의 교과목 들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지식 습득과 규격화된 문제해결 능력구비에 쓰고있다 한다.그러나 장래에는 이것들이 대부분 컴퓨터의 작업 영역에 들어가므로 사람은 현실문제를 규격화된 문제로 모델화하여 컴퓨터에 넣고 컴퓨터가 찾아낸 답을 현실에 환원시켜, 순환 반복적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 영역을 담당해야 한다. 결국, 정보화 시대에서는 전문 지식의 축적이나 해결 방법의 암기 등은 컴퓨터에 맡겨 두고, 공학 교육은 "사고의 틀"을 넓혀 주고 "처이 능역"을 키워 주는 데에 역점을 두어야 하겠다.

한편,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멀티미디어 교실을 갖추고, 전자 도서관, 전자 박물관, 데이터베이스 등을 연결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또 교수 중심 의 "가르치는 교육"이 학생 중심의 "배우는 교육"으로 전환되고, 이에 걸맞게 교육방법도 변화해야 한다. 학습 내용을 교수가 소화해서 학생에게 전달해 주던 고전적 학습 형태를 바꿔서 학생이 직접 학습내용에 접근하도록 하고 교수는 보조자 상담자의 역할을 맡아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 학습 장소와 학습 시간도 학생 중심으로 조절 가능하도록 전자 학습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뒷받침할 멀티미디어 교재들을 제작 구비해야 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20세기의 교수들이 21세기의 교육자로 변모 하는 일이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을 받아들여 먼저 자기 혁신을 꾀하고 새로운 교육 방법과 교육 도구들을 개발하여 실제 교육에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21세기를 정보화 시대로 만든 장본인인 전자 정보 공학자들이 앞장 서서 새시대에 걸맞는 공학 교육의 장을 열도록 해야 하겠다.

<서울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