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국의 컴팩 컴퓨터사는 데스크톱 PC 새 모델을 대거 발표、 업계 의 주목을 끌었다.
이날 제품 발표는 일부 모델의 발표가 아닌 기존 모델의 상당부분을 대체하는 대규모 행사로 진행돼 이 회사의 올해 영업 전략을 가늠할 잣대로 받아들여졌다. 더욱이 이날 발표는 그보다 1주일전 휴렛 팩커드(HP)사가 PC 가격 인하를 단행하는 등 연초부터 세계 시장에서 PC 가격 경쟁이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으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IBM과 애플 컴퓨터사를 밀어내고 세계 PC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컴팩이기에 발표장의 열기는 어느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표 제품의 전반적인 특징은 시스템 관리자가 PC 내부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며 고장 예방 및 자동 백업 기능 등 기술적 특성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킹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전략이자 컴퓨터 유지관리비 절감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제품 발표장에 나온 로스 쿨리 부사장 의 발언은 이날 행사의 의미를 한마디로 압축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번 제품 발표로) 컴팩이 IBM을 완전히 대체했다는 인식을 고객의 마음속에 심어주고자 합니다." 이어 에커드 파이퍼 사장이 나서서 "오늘 발표로 컴팩의 PC 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실제 컴팩은 지난해 10%이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올해 12~13%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출하대수 기준으로는 지난해 4백80만대에서 올해 6백만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인해 IBM、 애플 등 주요 경쟁 업체들이 점유율 하락 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컴팩의 진군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자신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컴팩이 이처럼 자신감을 갖는 것은 이번 제품 발표가 치밀한 계산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관련、 컴팩은 이번 제품 발표에 앞서 제반 시장 환경 속에서 어떤 제품 을 언제 발표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영업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까지 개발 、 활용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경쟁 업체의 신제품이 쏟아지는 컴퓨터 시장 환경속에서 제품의 모델과 그 출하 시기를 시장 수요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IBM이 시장 예측에 실패、 10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경험했고 컴팩도 5천만달러 가량의 손해를 입었다.
컴팩은 따라서 올 영업의 향방을 가늠할 이번 제품 발표에 앞서 또다시 우를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영업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이런 판단 속에서 이루어졌다.
컴팩은 이 소프트웨어로 부품가격 변화、 시간 변화에 따른 모델 수요 변동 추이、 경쟁 모델에 미칠 영향 등 세부적인 항목까지도 세세히 점검한 후 승산이 있다는 판단하에 이번 제품 발표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영업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까지 동원한 컴팩의 과학적 영업 전략이 현실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