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에서 지난 15일 막을 내린 Ce BIT 95는 세계 전자산업과 첨단기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하나의 큰 기술경연장이었다. 8일간 계속된 이번 ce BIT 95에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 소프트웨어, 통신기기, 네트워크 컴퓨팅, 컴퓨터제어생산기술, 사무용 및 은행관련 전자기기등 소위 상업용 전자기기와 핵심부품등이 대거 선보였다.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등 주요 유럽국과 미국, 일본, 한국, 대만등 세계 60여 국가의 6천개 업체가 모두 참가한 대규모의 전자기술 잔치였다.
이번 하노버 전시회는 그 참가규모는 물론 전시된 전자기기와 첨단기술의 수준 측면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멀티미디어 분야에서는 VOD 와 대화형 TV기술이 상용화 준비를 끝낸 상태이고, 가정용 PC의 멀티미 디어화 추세는 분명히 큰 흐름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텔의 아성에 도전하는 IBM, 애플, 모토롤러 3사 합작품인 파워PC가 무서운 돌진을 시작한 것도 주목할 만 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석권이 예견됐고 GSM, PCS, DECT등 디지털 이동통신 기기도 시장이 서서히 성숙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주목하고 우려해야 할 점은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세계 전자산업에서 우리 전자산업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분야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첨예한 기술의 각축장에서 우리 전자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틈새가 있는지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요즈음 전자기술은 하루가 멀다하고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기술분열과 융합도 가속화되고 있다.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전자업계로서는 선진외국 업계와 손잡고 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최근 세계 전자기술 시장은 첨단기술의 신속한 상업 화, 즉 적기 시장진출(Time to Market)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아무리 좋은기술이라 하더라도 기술의 생존기간이 짧기 때문에 전혀 한가할 수 없다.
기술의상업화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선진외국 업체와 의동맹제휴는 불가피한 일이다. 그동안 수차례 지적했듯이 시장속에 살아있는기술을 찾아내고 확보하는 길이 국내 전자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에 중요한 사항이며 기술이 없을 때에는 우선 손잡고 확보할 수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 한가장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기술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기술은 외국 과 손잡고 들여온다 하더라도 가까운 미래를 대비한 핵심기술은 과감한 기술 개발 투자를 통하여 확보해야만 할 것이다. 국내 전자관련 대기업의 경우,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여 기술개발 투자에 전력하고 있으나기술개발 분야가워낙 다양하고 그 기술 수준도 높기 때문에 많은 한계가 부딪히고 있는 실정 이다. 대기업이 이러한 상황인데 중소기업은 더할나위 없다. 결국 선진외국이 그렇듯이 국가차원의 기술개발 투자확대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무역기구(WTO)출범과 함께 정부의 역할은 기술개발지원에 거의 국한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정부도 각 부처별로 분산되어 추진중인 기술개발의 재원과 제도적 장치를 효율적으로 재정비하여 선택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의 상업화 개발에 전자업계의 공동개발 또는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협동개발에 국가기술개발 예산을 과감히 투자하지 않을 경우 미래를 대비한 기술확보는 점점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기술인력 양성에 대한 획기적인 방안강구와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요즘의 전자기술은 대량생산의 기계 의존형이라기 보다는 첨단기술개발 의 인간 의존형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우선 급한대로 대학 및 대학원 교육만이라도 과거의 보수적 관행에 서 벗어나 과감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기술개발과 기술의 상업화에 초점을 맞추어 이젠 대학교육도 보다 실질적인 내용으로 바뀌어야 하며 국내 교수진 만으로 한계를 느낀다면 국내의 산업계 또는 심지어 외국교수들도 초빙하여 살아 움직이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산업현장의 목소리는 대학에서 배출된 기술인력을 기술개발에 바로 투입하는 데에는 턱없이 수준이 미흡하다. 대학에서의 4년 교육이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 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업체에서 별도로 가르쳐야만 쓸 수 있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젠 가르치는 교수도 기술의 상업화를 인식하고 실제 산업계에서 체험하여 실질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