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애플 컴퓨터와 일본의 반다이사가 공동개발하고 있는 멀티미디어단말 기 "Pippin(피핀)"의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애플사는 지난해말 자사의 매킨토시용 운용체계(OS)에 기초한 CD롬기기규격의 "피핀"을 발표했다. 반다이는 이를 라이선스받아 CD롬 플레이어인 "파워플레이어"를 제작、 올 가을부터 판매하기로 애플사와 합의했다.
파란 사과라는 의미의 피핀은 애플에는 "매킨토시 PC"의 아들로 불려질 만큼중요하다. 피핀은 매킨토시용 CD롬 소프트웨어의 이식을 저가격으로 실현시킬 수 있고피핀용으로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모두 매킨토시에서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특징이다. 또 통신모뎀을 접속하면 인터네트 등 세계적인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도 있다. 애플과 반다이가 공동개발하고 있는 제품은 5백달러 전후의 가격으로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동시에 판매할 예정이다.
애플이 피핀을 앞세워 가정용 단말기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PC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사실 매킨토시진영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즈에 밀려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 피핀의 발표、 반다이와의 제휴 등은 따라서 실지회복을 위해 위축된 몸을 추스려 세확대에 나서겠다는 의미를 지닌다.
애플은 자사규격의 공개에서 IBM과 다른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애플은 IBM 이 자사PC사양을 무상공개했기 때문에 컴팩컴퓨터나 델 컴퓨터사 등 호환기업체에 시장을 빼앗긴 전례를 거울삼아 OS는 유상공여、 또한 자사와 동일한 제품의 생산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또 애플은 자사PC의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매킨토시진영을 강화하기 위해 피핀에서는 PC의 잠재수요자격인 게임이용자、 즉 청소년층을 흡수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대형완구 및 게임소프트웨어업체로 일본에서는 부동의 입지를 구축한 반다이도 요즘 경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어린이의 감소에다가 완구시장에도 밀려온 가격파괴 바람으로 의류사업 등에라도 손을 뻗쳐 완구의 침체를 만회 하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스타트 멀티미디어"라는 기치를 내걸고 CD롬기기를 내 놓았지만 예상외로 고전、 연속 최고이익의 갱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 게 됐다.
결국、 이들 양사 모두 팔짱을 끼고 느긋이 있으면 상황이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있는 셈이다.
이런 만큼、 피핀에 걸린 양사의 기대 또한 크며 실제로 이의 개발 및 상품 화에 양사、 그중에서도 특히 애플은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애플은 피 핀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소프트웨어업체인 반다이의 제안을 대폭 수용하고 있다. 이는 PC업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개발방법으로 애플의 적극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해 준다.
또 현단계에서는 애플 자신이 판매에 나서지는 않을 예정이지만 미국과 일본 의 애플딜러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적어도 딜러들에 의해 취급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와 함께 애플과 반다이는 피핀전문의 합작자회사를 설립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반다이=완구"、 "애플=PC업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편 가정용 단말기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문형비디오(VOD)단말기 의 개발에서 소니와 제휴、 차세대게임기 개발툴을 세가에 제공키로 되어 있다. 소니와 세가는 차세대게임기에서 경쟁관계에 있다. 반다이는 이들 양사 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입장이다. 그런 반다이가 이번에는 애플과 손잡았다. 가정용 단말기의 사양경쟁이 더욱 혼란해지는 동시에 뜨거워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