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급한 케이블TV의 정착

이달 1일부터 시작된 케이블TV방송이 본방송개시 약 한달째인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컨버터가 연결돼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는 가구는 아직도 1개 지역방송국(SO)당 2백~5백 가구、 전국적으로는 2만5 천여가구에 불과하다. 댁내수신망이 연결돼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는 TV(C able Ready TV)를 보유한 8만여 가구까지 포함하더라도 전국에서 10만가구정 도가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SO、 프로그램공급업자(PP)등을 포함한 케이블TV업계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가입자가 많지 않아 이에 따른 사업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면서도 정부에 대해 불평 한마디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23일에는 케이블TV의 드라마채널인 (주)제일방송(FBS)의 대표가 2억여원의 회사주식을 자본금에 넣지 않고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는등케이블TV업계는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1일 본방송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케이블TV에 대한 정부 정책이 졸속 추진이라는 평을 면키어렵다.

전송망공사가 부진해 시청가구수가 대폭 늘어나지 않자 공보처는 지난 21일 부터 이달말까지 전국의 54개 SO사업자와 한국통신, 한국전력등 전송망사업자 NO 와 컨버터공급업체들을 한꺼번에 불러 연일 대책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 대책회의에 참석한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 공보처는 오는 5월1일 상업방송 개시때까지 한 SO당 6천여개씩 컨버터를 달아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28、 29일 이틀간에는 이같은 실무대책회의를 토대로 케이블TV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컨버터 수급및 전송망 설치"에 관한 종합점검회의가 공보처장관주재로 열린다고 한다.

지난 1월5일 시험방송 개시에 이어 3월1일 본방송까지 그동안 정부가 과연 국민들에게 약속한 개국일정에 맞춰 케이블TV를 방송할 수 있을지 많은 걱정 을 해온 게 사실이다.

이런 의문에 대한 결과는 의외로 간단했다. 종합유선방송의 관장부처인 공보 처가 밀어붙이는 식으로 방송을 강행함에 따라 본방송 개시 약 한달째인 현재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가구가 전국적으로 2만5천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부진을 면치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SO들은 현재 전송망설치공사가 지지부진함에 따라 직접수주 이외에는 전화접수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못하고 있다.

특히 PP사들은 많은 비용을 투입해 만든 프로그램을 시청자도 없는 가운데방송 막대한 제작비와 광고비 손실을 입고 있다.

NO역시 그들대로 전송망설치지연에 따른 책임으로 국민들의 따가운 비난을 받으며 유.무형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해있다. 지금 가장심각한 것은 전송망및 케이블인입선 가설에 대한 문제이다. 이에대한 해답으로 최근들어 "기존 중계 유선방송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공보처는지난 1일 본방송을 시작하면서 종합유선방송을 전송하는 데 필요한 4백50MHz용량의 케이블로 이미 교체한 서울의 성북.인천.천안등 8개 SO에서는 기존 중계유선용 전송망을 이용、 총 22만9천4백63가구가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일부 SO및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들은 이들 지역에서처럼 기존의 2백16 MHz 중계유선망을 활용할 경우、최소한 10여개의 케이블TV 프로그램을 전송 할 수 있고 4백50MHz 용량의 케이블로 교체하고 보안기등을 추가로 설치할 경우 별도의 전송망을 포설하지 않고도 많은 가구가 케이블TV를 시청할 수있게 된다.

이미 정부가 몇몇 SO에 이같은 방안을 묵시적으로 허용한 만큼 더많은 가구 가 케이블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고려해 봄직하다.

컨버터보급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다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컨버터는특히 공급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그 성능마저 신통치않다고 해서물의를 빚고있는 만큼 생산및 보급에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케이블TV사업은 단지 사업자만의 이윤추구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정보화시 대에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수 있는 범국가적사업이다. 케이블 TV가 비록 준비가 허술한 상태로 시작되었지만 우리의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의외로 크나 큰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정보화 시대를 위한 우리의 사회적 태세정비란 측면에서 앞으로 여러 미진한 부분에 보다 적극적인 해결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