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서비스는 가전업체의 영업활동가운데 가장 기초적이며 보편적인 것이다. 내년 국내 유통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외국 유명 가전업체들이 상륙 기반다지기 작업으로 서비스망을 늘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LG전자가 이달부터 실시하고 있는 "불친절서비스 요금불징수 및 환불 "제도는 외국업체의 서비스 강화 공략에 맞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LG전자가 도입한 신서비스제도의 골자는 고객이 불친절하다고 지적한 서비스 건에 대해 금액에 관계없이 요금을 받지 않거나 전액 환불한다는 것이다. 불친절서비스의 기준은 서비스질 자체의 불량여부는 물론 기사의 복장이나 언행까지 포함, 소비자가 판단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서비스요금을 낼지 말지를 고객의 "자의적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얘기다. 이는 고객 자신이느낀 서비스 만족도를 요금징수 기준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겠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사항은 불친철서비스란 개념이다. 서비스는 분명 친절 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불친절이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모토롤러 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고객서비스에 관한한 "불친절"이란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 통념화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LG전자의 신서비스 제도 발표는 지금까지 남아있던 불친절한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고 외국업체보다 더 친절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각오를 표시한 스스로의 정신무장으로 받아들여져 높게 평가된다.
이 제도의 성공여부는 소비자의 인식과 적극적인 참여여부에 달려있다. 물론소비자의 의식수준으로 보아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LG전자 는 설혹 고객이 고의로 불만을 호소해올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제도를 철저 히 지킬 것이라고 밝히는등 현재로선 입장이 분명하고 단호하다. 실제로 고객과 서비스맨사이에 마찰없이 운용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나 이같은 LG전자 의 의지로만 볼때도 국내 전자업체의 서비스 향상에 기폭제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물론 다른 가전업체들이 고객 서비스에 기울이는 정성도 이에 못지 않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무상보증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고 구입후 6개월이내 불만제품에 대해 새제품으로 바꿔준다는 "고객 신권리"를 선언、 시행중이다. 대우 전자도 마찬가지로 고객체감서비스를 실시중이다. 한마디로 이제 고객만족을 외치지 않는 기업이 없고 고객만족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경쟁자가 없어진 것이다. 때문에 남보다 한발 앞선 서비스만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가전3사는 매년 한차원 높은 서비스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제품사용에 대한 가치를 매년 증대시켜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전업체들의 서비스 개선방안에 대해 과거의 상례처럼 이번도 한때 반짝할 뿐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각종 소비자단체에 고발、 접수되고 있는 서비스관련 불만 건수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만큼 지금까지 가전업체들의 고객만족 방안은 구호나 일회성 캠페인에 그쳤었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이번 LG전자의 신서비스제도 실시로 또 한바탕 벌어질 가전업체간 서비스 경쟁은 지속적이어야 하고 실질적인 고객만족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매출을 증대시키 기위한 신종 마케팅 전략에 그쳐서는 안된다. 마케팅차원의 서비스방안은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할뿐 아니라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이 갈수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외국가전업체의 제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 있기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느끼는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신종 서비스제도가 제대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야 할 몇가지 숙제들이 남아있다. 서비스 기사의 자질향상과 인력확충이 그것이다. 아직도 소비자가 서비스를 받은 후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않고 특히 최근들어 빠른 신제품의 출시로 서비스기사들의 기술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하더라도 직접 소비자들과 맞부닥치는 서비스 기사들이 제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말그대로 모래위에 성을 쌓는 결과를 낳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가전업체들은 새로운 기능을 채용한 신제품을 내놓기보다 소비자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확실한 품질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들은 만족스러운 서비스보다 고장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더 선호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