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대덕연구단지의 역활

요즘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소를 방문하는 국내.외 방문객들로부터 연구단지의 주변자연환경이 참 좋아졌다고하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복잡한 서울에 근무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탐내는 것은 신선한 공기와 체증없이 훤하게 뚫려있는 길거리인 것 같다. 외국에서 세미나 등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전문가들 도 연구단지의 주변환경이 선진외국에 비해 크게 모자랄 것이 없다는 의견이 다. 이 지역에 직장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도 대부분 주변의 자연환경에 만족 하고 있다. 다른 도시로 직장을 옮기려는 일부 연구원들을 주저하게 만드는제일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주변의 자연환경을 꼽을 수 있다.

환경이 이정도로 개선된 이면에는 7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꾸준히 투자하고 가꾸어온 덕택으로 본다. 자연환경이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법이 없다.

길을만들고 나무를 심고 가다듬는 일을 20여년 가 공들여 해놓은 결과이다.

특히대전엑스포 덕택에 주변환경 정비가 급속도로 이루어졌고, 과학박물관 과 엑스포과학전시장 등으로 대덕연구단지가 국내 뿐만 아니라 외부에까지많이 알려져 있다.

필자의 경우 10년전, 정확히 84년 가을 대덕연구단지에 첫 발을 들여 놓았다. 막 단풍이 들어가기 전이었다. 먼 친척조차 없었기에 그 이전엔 대전에 한번도 들린 적이 없었다. "대전발 영시 오십분"노래 가사에서만 접하던 대 전역에 처음 내려 택시를 타고 연구단지로 향했다. 그때 당시 연구단지는 대전시가 아니였기에 택시비는 거리요금의 두배를 줬다. 84년 그때에 대전시내 와연구단지를 연결하는 도로가 2차선으로 개통되어 있었다. 그 이전엔 유성 으로 돌아다녀야만 했다고 한다. 대전시내와 연구단지를 연결하는 도로 주변은논이었고 벼가 한창 익어가고 있었다. 지금은 이 도로주변에는 큰 건물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다. 2차선 도로가 지금은 왕복 8차선으로 확장되었다. 연구단지와 시내와의 연결성이 그만큼 좋아졌다.

10여년전만 해도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문화생활은 엄두도 못내고 실내수영장 한곳 없었다. 물건 사는 것도 용이하지 않아 서울에 가서 사오곤 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여러가지로 개선되어 대덕연구단지에서 근무 하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이들도 잘 적응하고 있고, 외딴 곳에 데려다 놓았다고 불평하던 아내도 이젠 서울처럼 복잡한 대도시보 다 여기가 더 좋다고 얘기하게 끔 되었다.

그런데 요즘 대덕연구단지가 자꾸 입에 오르내린다. 좋아지는 자연환경의 변화속도에 비하여 연구환경은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다. 개방화와 세계화가 추진되며 오직 경쟁력만이 어느 한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시점에 와있다.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과학기술력인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하면 잘되었건 못되었건간에 우리 모두 대덕연구단지를 부인할 수 없다.

현 시점에서 잘 잘못을 따질것이 아니라 우리모두 어떻게 하면 대덕연구단지 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메카로서의 참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에 지혜 를 모아야 할 때 인것 같다. 우리의 주변을 보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냉전체제의 종식과 함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친구는 사라지고, 선진국 은 선진국대로 후진국은 후진국대로 무한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의 대상을 바로 과학기술력 확보인 것이다.

우리끼리 서로 따지는데만 힘을 소모하지 말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가 전체 적으로 과학기술력이 확보되기 위해 대덕연구단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 규모가 미국의 대기업 한개의 연구비에도 미치지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R&D 가운데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도 미미한 수준이 다. 개방화, 자율화, 민간화의 흐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당장 이익이 나오지않아 민간기업에서 기피하는 분야 가운데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가 투자해 야할 R&D 분야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반 연구에 대한 R&D 투자도 선진국은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연구성과 없이 안일하게 지낼 수 있는 연구환경은 개혁의 차원에서 개선되어 야 한다. 그러나 연구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출연연구기관들이 연구 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연구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립 되어야 한다고 본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환경은 좋아지는데 사람이 직접 간여하는 연구환경과 연구실적이 제자리에 있어서야 되겠는가. 과학기술하면 대덕연구단지가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식될 수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