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시장개방의 요구가 드높은 때도 없다. 국내에서도 국제화시대를 맞이하여 시장개방에 대비, 기업들이 새로운 체제구축에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개방압력 중에서도 통신분야가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1년 한미 통신 쌍무협상에서 미국산 국설 교환기의 국내시장 직접 참여를 허용했었다. 그러나 국설 교환기의 시장 개방후 3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대비가 얼마나 되었는가를 살펴보면 반성할 여지가 많다.
최근 미국의 AT&T사의 새로운 국설 교환기종의 국내시장 참여조치가 그 단적인 예다. 정부는 WTO체제 출범으로 1997년으로 예상되는 기본 통신시장의 대외 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전화의 경쟁 도입에 이어 시외전화 시장에 96년 1월부터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정책을 확정 시켰다.
통신시장 개방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개방이 임박한 이 절박한 시기에 한국통신과 데이콤은 "시외전화 DDD번호 체계의 광역화"및 시외전화식별 번호지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통신의 경우 현재 1백46개 시.군단위로 구분된 지역번호를 특별시.광역 시.도단위의 15개로 줄인 "지역번호 광역화 기본계획"을 마련하여 최근 정보 통신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데이콤은 내년 초 시외전화 사업 참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제2 사업자인 자사의 식별번호를 둘러싸고 한국통신과 다른 의견을 제시, 혼선을 빚고 있다.
광역통화권으로 간소화 되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제주 등7 개 지역번호는 종전과 변함이 없고 나머지 지역은 도단위로 단일화됨으로써 지역번호를 외우기 쉽고 같은 시.도내에서 전화를 걸 때 지역번호를 누르지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시외전화 이용이 매우 편리해 진다는 것이 한국통신의 취지다.
그러나 이 계획에 제시된 도 단위의 동일한 번호 지역내에서 발생하는 시외 통화 호수가 5%미만임을 보면 전체 국민 편익이라는 점에서 원래의 목적과 상치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국제전신전화자문위원회(CCITT)가 오는 97년 1월1일을 기해 전세계가 ISDN시대 번호 체계로의 전환을 권고하고 있는 만큼 DDD번호 광역화는 현재12 자리 번호체계를 11자리로 줄일 수 있는 ISDN시대 전화번호 체계를 사전에대비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시외전화 식별번호에 있어서 데이콤은 현재 시외전화 지역번호앞에 "1"을 추가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통신은 국제관례를 보거나 또 공공목적의 특수번호에 "1"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보거나 "1"을 특정사업자 식별 번호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대신 3자리수의 특수번호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렇게 될 경우 데이콤은 한국통신에 비해 전화번호 3자리를 더 늘려야 하므로 데이콤이 사용자를 위한 편의측면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어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인 듯하다.
아무튼 이들 문제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일반 국민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뿐만 아니라 국제화시대를 표방하고 나선 지금 세계화추세 및 통신시장개방 압력을 염두에 두고 다음 사안을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첫째, 광역화로 인한 시내전화 요금인상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둘째, 전화번호 변경에 따라 이용자가 불편함을 겪어서는 안된다. 셋째로 전화국번 변경 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넷째로 시외전화 경쟁 사업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불평등한 점이 있어서는안된다. 무엇보다도 국제화에 발맞추어 시장개방에 대비할 수 있는 국제표준 화에 상응하는 코드를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코드가 바뀔 때마다 사용자의 불편을 극소화하기 위해서 회사간 의 우위 다툼보다는 국가정책면에서 공정한 경쟁과 국민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