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과학기술처는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분원에 해외의 석학들과 박사급 연구원으로 구성되는 "고등과학원"을 설치하고 내년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 목적은 기초연구 능력의 세계화를 지향함으로써 취약한 기초과학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데 있다.
이 분야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경제의 5개부문이다. 구성은 세계적인 석학 15명을 석좌교수로 초빙하고 국내의 중견 과학자 50명을 초빙연구원으로 하는 한편 포스트닥 1백명을 유동연구원으로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97년 본격적인 가동에 앞서 그 첫단계로 내년부터 물리, 생물, 경제분야를 시범 운영키로 했다.
과학기술처는 "고등과학원"설립과 함께 과기원을 연구중심의 과학기술대학으로 육성하는 한편 기술활성화에 따르는 전공제도 설치, 석좌교수, 연구교수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연구중심의 종합과학기술대학 육성을 위해서 우선 기술과 경영을 융합하는 "기술경영대학원"을 설치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서 서울분원에 정보통신, 지적재산권, 환경 등 전문교육과정도 두기로 했다.
이들의 설치운영에 필요한 재원은 전경연등 민간기업과 정부예산으로 충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 성패여부는 민간기업의 자발적인 동참과 정부가 이를 동의하고 예산을 편성해 줄 것인가에 달려있다.
과학기술처가 추진하고 있는 고등과학원과 기술경영대학원 설치방침에 대해서 그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개혁이 당면과제로 부상한 우리나라 교육과 인력양성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특수대학원을 설치하기 위하여민간부문으로부터 재원조달은 물론이고 정부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는가에대해서는 좀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과학기술원" 수준에는 미달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기존대학에도 수학 물리, 화학, 생물, 경제의 5개분야는 물론이고 기타 분야에 있어서도 현재의 과학기술원 교수 내지 연구원 수준의 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중견과학자나 포스트닥 수준의 연구원 부족이 문제라기 보다 이들로 하여금 어떻게 연구의 조건과 동기를 유발하도록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렇다고 해서연구원수를줄이자는말은아니다.
그러므로 새로이 고등과학원을 설립하느냐 아니면 기존 대학의 과학자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중 어느쪽이 효율적인가를 신중히 검토한 후 결정할 필요 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 연구중심의 종합과학기술대학의 육성을 위해서 기술과 경영을 융합하는 "기술경영대학원" 설치 운영방침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의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기존 대학에는 "경영대학원"이 거의 예외 없이 설치되어 있다. 다만 기술과 경영을 융합할 수 있는 수준의 종합적 과 학기술대학원의 교과과정이나 교육훈련은 아직 충분한 성숙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교원의 확보도 안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경영대학원에는 이미 R&D과정이 설치 운영되고 있어서 굳이 과학기술원에 기술경영대학원을 설치하지 않고도 새로운 교과과정의 개발, 교수요원의 확보 및 훈련과정의 노하우 축적 등만 갖추면 충분히 기술경영대학 원 설치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고등과학원 및 기술경영대학원 설치안은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교육개혁방향중 기초과학 투자사업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기존대학에 투자를 확대한 연후에 검토 추진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동안 대전소재 과학기술원과 광주소재 과학기술원 및 포항공대 등 특수과 학기술대학원이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 및 교육수준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고 기존 대학운영 및 교수요원에 대한 충격적인 자극요소가 되어온 점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특수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의 집중적인 지원배분과 특혜적 육성에 의한 충격과 그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은 물론이고 교육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같은 충격적 요법에 의한 교육개혁 및 연구개발은 1회내지 2, 3회효과가 있으나 그 이후는 오히려 자극효과가 없어질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오늘날 사회주의권의 대학이 종합대학 형태로 재통합하고 있으며 자유주 의권의 대학도 같은 추세에 있음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교육 및 연구체제 구축에도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