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떨어지고 엔이 치솟으면서 일본의 기업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4 월4일 자동차회사인 마쓰다는 이달말에 히로시마에 있는 공장을 2일간 휴무 한다고 발표했고 합성섬유회사인 도레이는 앞으로 더 많은 인조섬유를 동남 아 공장에서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의경과를 보면 일본의 수출업자에 대해서는 그리 동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일본 경제기획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93~94년간 수출업자들은 달러 당 평균 1백17엔에 원가를 맞추었던 것으로 발표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평균1 백엔이 그들의 손익분기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의 기업들은 과거 10년간 뛰어 오르는 엔에 대하여 줄기차게 그들의 몸을 맞추어왔다. 80엔대인 지금의 환율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지 도 모르지만 이미 전자업체들은 95엔에는 적응할 수 있는 체질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샤프와 같은 업체는 90엔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으리라고 추측되고 있다. 반도체칩용 패키지를 공급하고 있는 교세라와 세라믹 필터 등 특수한 부품을 독점생산하는 무라타는 75엔까지도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98년까지 80엔으로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대책을 수립, 이를 추진하고 있던중 이번의 급격한 엔고를 맞이했으며 혼다의 2일간 휴업은 재고과잉이라기보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데모적인 성격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매월 2만5천대의 자동차를 수입하고 있으나그중 3분의 1은 외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제품들이다.
일본의수출업체는 엔의 초강세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더욱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유럽의 기업들은 강한 엔에 대하여 안도의 한숨보다는 일본의 이러한 노력이 21세기를 대비한 일본기업들 의 체질개선을 위한 기회로 보고 오히려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엔고로 인한 수입드라이브라고 할 수 있다. 90엔을 지불하면 외국에 서 1달러에 상당하는 상품을 살 수 있으나 일본 국내에서는 2백엔을 지불해 야만 1달러 가치에 해당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격파괴로 일본경제계는 디플레이션을 맞이하고 있으며 월급쟁이들은 상품의 가격파괴를 환영은 하고 있으나 이에 뒤따를지 모를 급여수준의 파괴와 직장 파괴는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경제는 지금까지 줄곧 "대내지향"과 "대외지향"사이에 큰 차이를 보여왔다. 일본의 수출업자, 즉 "대외지향"적인 업체는 세계에서 가장효율적이었던 데 반해 "대내지향"적인 업체는 세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업체로서 언제나 국민생활의 희생위에 군림해왔다.
골드만삭스도오쿄지사는 "대외지향"적인 상품으로서는 전자제품과 선박을 들고 있으며 "대내지향"적인 분야로서는 식품업과 건설업을 들고 있다. 94년 에 이르기까지 과거 10년동안 조선업계는 그들의 고정비를 5천3백억엔에서 3천8백억엔으로 절감한데 반해 식료품업계는 거꾸로 1조8천억엔에서 3조엔으 로 증가했다.
따라서 식품업계는 규제완화와 엔고에 직면하여 크나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1년전에 비하여 맥주는 32%, 위스키는 17%, 참치는 63%나 가격이 떨어졌다. 이들은 고정비가 높아 엔고가 진행될수록 이익은 짓눌리고 있으며그러한 현상은 규제완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더이상의 규제완화를 한다면 "대내지향"적인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되고 규제완화를 포기하자니 선진국으로서의 역할을 회피하고 국제간의 약속을 어기는 셈이 되어 관료들은 어정쩡한 대책밖에 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31일 정부가 발표한 규제완화책 1천건이란 것도 알맹이가 없는 것으로서 경제계에는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명목상의 슬로건이다. 이러한 관계로 국민의 눈에 비친 관료들의 정책이란 교활하거나 멍청한 것중의 하나로 밖에 생각되지 않고 있다.
이상은지금 일본이 당면한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출규모가 커지고 원화가 세계통화로 될때 우리나라도 이와 똑같은 처지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관이나 업계나 급격한 쇼크를 맞기 전에 미리 미리 정책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곧 백년대계를 위한 현책임을 강조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