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텔 알스톰.
프랑스가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업체. 불황을 모르며 오로지 앞으로만 달려왔던 프랑스의 자존심.
이러한 현란한 수식어만 동반했던 알카텔이 요즘 비틀거리고 있다. 이미지에 먹칠했던 사건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알카텔은 지난해말 한 정당에 불법자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조사를받았다. 게다가 피에르 수아르 회장은 공금횡령혐의로 지난 18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일련의 사태는 알카텔을 위기로 몰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위기를 헤쳐나갈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알카텔은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의 비에노를 임시회장에 임명했지만 말 그대로 "임시"일 뿐이다. 실제 경영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비어있다. 비에노 회장은 요즘 착찹하기만 하다. 오는 7월 말까지 최고경영자를 지명해 야 하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것이다.
알카텔 출신의 조제프 코르누 이사、 석유회사인 토탈사의 세르주 취리크 사장 통신업체인 사젬사의 피에르 포르 등이 물망에 오르고는 있으나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에노 회장은 빨리 최고경영자를 골라야 한다. 세계의 수많은 통신업체가 알카텔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에서 구심점 없이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신임 최고경영자에게는 할일이 많다. 우선 신임 최고경영자는 우선 새로운 통신기술에 맞는 제품개발에 노력해야한다. 기존의 통신시장에 만족해서는 않된다.
이미 통신기술은 컴퓨터、 미디어기술과 융합되어가고 있다. 멀티미디어기술 이 다음 세대의 핵심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흐름을 파악하지 않으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변화 의 흐름이 가파른 하이테크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80년대 IBM사와 디지털 이퀴프먼트사의 경우다. 컴퓨터시장이 대형컴퓨터에서 PC로 바뀌어 가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 이들 회사는 상당한 고전을 했다.
신임 최고경영자는 또 다시는 부정부패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임최고경영자는 이를 위해 이사회에 막강한 권한을 줘야 한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경영방침을 검토하고 건전한 비판을 가할 수 있는 감독권한을 이사 회에 부여해야 한다.
이것은 수아르 피에르 최고경영자이자 회장의 독불장군식 경영을 되풀이 않기 위해서다. 각종 공금횡령 등 회사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스캔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신임 최고경영자는 다음으로 알카텔의 관료조직을 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알카텔은 정부의 각종 특혜와 보호 속에서 지나치게 두꺼운 경영층 을 지니고 있다. 이로인해 알카텔은 의사결정과 전달에서 신속하지 못하며새로운 기술 흐름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한편 알카텔은 지난해 7억5천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93년 순이익이 14억달러에 비해 무려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가 점차 풀림에 따라 알카텔의 이익 은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알카텔의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도 적자폭이 늘어나고 있다. 알카텔의 독일자회사인 알카텔 SEL이 지난해만해도 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알카텔은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현 시점에서 최고경영자의 책임은 그 어 느때보다 막중하다. 비에노 임시회장이 어떤 인물을 최고경영자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알카텔의 장래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