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70)

그러나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비즈니스랜드는 합리적인 경영 논리를 근거로한 상대를 결정하기 보다 룰렛 휠의 도박성 또는 리즈 스미스 가십난에 나오는 소위 개인의 연줄로 상대를 결정했다. 애플사와 오랫 동안 거래를 했고 스티브 잡스의 절친한 친구인 텍사스 출신 백만장자 빌리 래딘은 잡스와 비즈니스랜드의 케빈 컴턴을 연결해주는 중간 역할을 했다. 래딘은 휴스턴에 본사를 둔 컴퓨터그래프트라는 컴퓨터체인점 의 사장이었다. 1988년 비즈니스랜드가 그 체인점을 인수했을 당시 그 거래는 양쪽 모두에게 유리한 거래처럼 보였다.

래딘은 2천4백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교환하여 현금을 쥘 수 있었고 비즈니스랜드는 과거에 저버렸던 중소기업및 개인 사업가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 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그 거래는 래딘에게는 획기적인 일이었지만 비즈니스랜드에는 실패작이었다.

계약이거의 체결될 시점부터 컴퓨터그래프트 체인점들은 적자를 보기 시작하였고 그 폭은 계속 벌어져 다시 회복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래딘이 다 늙은 말을 비즈니스랜드에 팔았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랜드는 나중에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988년여름 래딘은 비즈니스랜드에서 특별 대우를 받았다. 래딘이 비즈니스 랜드에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넥스트 컴퓨터를 유닉스컴퓨터에 사용해 보라고 제안하자 케빈 컴턴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더구나 컴턴은 IBM이 넥스트와 기술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을 듣자 그 제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IBM의 빌 로에게 전화를 걸어 그 소문의 진위를 알아보았더니 로는 그 소문이 근거 없는 것이아니라고 대답했다.

컴턴은 그 답을 듣자마자 데이브 노먼과 자신앞에서 넥스트컴퓨터를 시현하는 자리를 주선했다. 이를 보더라도 넥스트가 이미 확보한 파트너를 통해 다른 파트너를 끌어들이는데 얼마나 능숙했는지를 알 수 있다.

비즈니스랜드는 넥스트가 IBM과 협력관계에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명되어 넥스트와 쉽게 파트너관계를 맺었다. 넥스트에 대한 IBM의 관심은 중역진 들에 국한되어 있었고, 그 당시 IBM이 라이선스 문제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IBM이 넥스트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비즈니스랜드가 넥스트를 인정하는 충분한 요건이 되었다.

두 회사는 곧이어 파트너가 되어 넥스트는 또 다른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업가들은 바로 이런 효과 때문에 지렛대의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넥스트의 잡스만큼 그 효과를 잘 이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컴턴과 노먼이 넥스트사에 도착하자 잡스는 10월 제품 발표회를 위해 준비하고 있던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그는 컴퓨터의 심장인 인쇄회로기판을 보여주고 질문에 대한 답도 했다. 제품 발표회에서 했던 것처럼 긴 서론을 마친후 실제 제품을 소개했다. 컴턴은 그 제품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했다. 잡 스는 노먼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각별한 대접을 했다.

비즈니스랜드는 데이비스 홀에서 개최되었던 제품 발표회에 초대되었고 며칠후 잡스는 컴턴과 함께 넥스트 연구실을 돌아 보며 개발중인 제품들을 소개 했다. 그 때 소개된 제품에는 컬러 머신도 있었다. (그 제품은 계획 보다 3년 늦게 완성되었다.)컴턴은 잡스가 자기에게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그러나 컴턴은 넥스트에 대한 IBM의 관심 변화에 매우 신경을 썼다. 그는제품 발표회 때 IBM이 제일 마지막에 소개된 슬라이드에 잠깐 비춰진 것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했다. 컴턴은 12월과 1월에 IBM의 입장을 계속 확인했다. 그러나 IBM의 답은 변함이 없었다. 그들은 넥스트 소프트웨어를 IBM워크스테이션에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애매한 답이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그러는 동안 컴턴은 잡스 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당연히 넥스트와 비즈니스랜드의 거래는 급속도로 진척되어갔다. 88년 말부터 89년 초까지 비공식적 회의가 계속되자 노먼도 잡스와 가까이지내게 되었다. 판매의 천재인 노먼과 잡스는 서로 상대가 듣고자 원하는 거창한 약속을 주고 받았다.

잡스는 넥스트컴퓨터가 "제4의 물결"의 퍼스널컴퓨터로 소프트웨어 작성이 수월하고 신속하다는 개념을 노먼에게 팔았다. 노먼은 비즈니스랜드의 경험 이 풍부한 직원들을 내세우면서 유닉스컴퓨터의 네트워킹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모두 과장된 것이었다. 그들이 귀만 좀더 열었더라면상대방의 주장에 얼마나 허점이 많았는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넥스트 소프트웨어는 빨리 개발되지 않았다. 특히 기본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아직 완성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더욱 희박한 것이었다. 또 비즈니스랜드가생각했던 것처럼 유닉스 네트워킹은 파워가 약한 퍼스널컴퓨터의 연결만큼 쉬운 일도 아니었다. 기술팀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노먼은 잡 스처럼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